에어컨 시장에 이상기류

 최근 들어 에어컨 내수시장에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한여름 성수기로 접어들면서 에어컨 판매량이 급증, 일부 제품의 경우 품귀현상까지 보이는 가운데 대리점들은 무려 20∼30%에 달하는 할인판매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수요가 크게 늘어 품귀현상이 빚어지면 소비자들이 선납금을 지불하거나 웃돈까지 주고 구매하던 예년의 경우와는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실제로 지난 5월 이후 에어컨 수요가 급증, 전년 동기 대비 3∼4배 가량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자 가전 업체들은 올해 에어컨 내수시장이 지난해보다 약 30% 늘어난 100만대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보고 에어컨을 당초 계획보다 업체당 5만대 정도 추가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가전3사를 비롯한 대부분의 에어컨 업체 대리점들이 최근 할인판매 행사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소비자가격이 출고가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낮게 형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현상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도 상당히 다양하다.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몇몇 업체들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전략적으로 저가형 제품을 공급하고 있거나 대리점 공급가격을 크게 낮춰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그동안 대리점들이 올 여름에 에어컨 공급부족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 많은 물량을 받아놨다가 한꺼번에 팔려고 하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는 것.

 또한 최근에는 에어컨 업체들이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다고 밝힌 것과는 달리 가정용 에어컨의 경우 아직 본격적인 수요가 일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더욱 근본적인 이유는 에어컨 유통구조가 크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유통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올 들어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 등 에어컨을 대량으로 구입해 싼값에 판매하는 대형 유통점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일반 대리점들이 가격 경쟁력을 상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폭적인 할인판매가 불가피한 상황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업계 관계자들도 『지난해만 해도 10% 미만이었던 대형 유통점들의 에어컨 판매 비중이 올해는 20% 이상으로 크게 높아져 제조업체로서 더이상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이같은 현상이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