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21세기 지식정보사회는 「기술특허전쟁」 혹은 「기술패권주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오늘날 일국의 부(富)는 리카도의 고전적 비교우위설에 입각한 천연자원이나 노동에서가 아니라 전자·통신·생명공학·신소재·초전도기술 등 첨단기술에서 창출되며 지식과 기술의 축적·활용만이 유일한 원천이 된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듯 선진국은 지식재산권의 보호범위를 무한정 확대하면서 지식재산권을 통상협상의 주요 의제로 끌어내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체제 하의 세계 경제질서 재편과 관련된 기술라운드(TR)는 선진국이 원천기술을 통상무기화한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바야흐로 특허기술의 지식재산권이 국가경제의 사활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지식재산의 창출과 사업화를 위해서는 국민 모두의 일대 의식전환과 함께 경제주체가 보유하고 있는 인적·물적 자원이 지식재산 창출과 사업화 부문에 집중 재배치되어야 하나 이러한 기반이 제대로 조성되어 있지 못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특허청은 국내외적인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아울러 선진국과의 기술·특허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 지식재산의 창출에서부터 사업화와 권리보호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들을 체계적으로 수행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특허행정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먼저 매년 전국 초·중·고교에 학생발명반 및 발명공작교실을 확대설치, 미래의 주역이 될 발명 꿈나무 10만명을 양성하는 등 모든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둘째, 중소·벤처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기술의 「권리화 및 사업화」 지원계획을 계속 확산시켜 나갈 것이다. 특히 우수 특허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자금·정보 및 경영능력 부족 등으로 애로를 겪고 있는 중소·벤처기업에 대해선 기술정보·금융·유통·구매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새 천년의 기업경쟁력은 지식재산권을 얼마나 많이, 그리고 빨리 창출하느냐에 달려 있다. 특허청은 신속한 권리화를 통한 연구개발 의욕고취와 외국인 투자유치 활성화를 위해 심사처리 기간을 연말까지 선진국 수준으로 단축하겠으며 심사의 질적 수준 제고에도 역점을 둘 것이다.
셋째, 사이버 특허청의 실현을 들 수 있다. 특허청은 특허넷(KIPOnet) 시스템의 개통으로 「안방전자출원시대」를 열었으며 앞으로는 특허행정 전산서비스의 고도화를 통해 현재 68%선인 전자출원 비율을 85∼90%까지 높일 계획이다.
또한 기업·대학·연구소·발명가 등과 연계하여 특허청이 보유하고 있는 고급기술정보를 공유·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추진중에 있다. 이와 함께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추진중인 세계특허망(WIPOnet)과의 연결을 통해 전세계 특허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넷째, 지식재산권의 보호를 강화하고 지재권과 관련된 국제문제에 대해 우리나라가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중이다. 지재권의 보호문제는 발명인의 사기앙양과 기업체의 재산보호 및 대외적인 신용도와 관련이 있으며, 지재권의 침해는 외국과의 통상마찰까지 야기하고 있다.
특허청은 이에 따라 지재권 보호와 관련된 각종 법률을 지속적으로 정비하고 있으며, 지재권에 관한 전문지식을 보유한 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협의중에 있다.
또한 선진국와의 지재권 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지재권 통합관리방안을 구상중에 있으며, 내년부터 WTO 뉴라운드 협상에 대비하기 위해 「WTO 뉴라운드 대책반」을 구성하여 핵심이슈별로 실무작업팀을 가동하고 있다.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서 국가의 부, 수백만의 일자리, 정치·경제적 영향력은 모두 지식과 아이디어에서 나올 것이다. 따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총성없는 전쟁인 기술·특허전쟁도 가속화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에 대비한 특허행정체계의 변화와 개선 및 인프라 구축이 절실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으며 기업 역시 연구개발과 사업화에 소홀히 해서는 안되는 상황이다.
기술인프라가 탄탄한 선진국들을 따라잡을 수 있는 기회가 영원히 사라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오강현 특허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