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규격 컨설팅기관 난립.. 중소기업 피해 우려

 올들어 중소·벤처기업들이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면서 이들 기업을 타깃으로 한 해외규격컨설팅 기관이 우후죽순격으로 난립, 부실 규격컨설팅에 따른 피해 등 적지 않은 후유증이 우려되고 있다.

 27일 관련기관 및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수출기업화 정책과 내수침체를 탈피하기 위한 중소기업들의 수출추진으로 해외규격인증 컨설팅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해외규격 컨설팅시장에 참여하는 기관이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9월부터 중기청이 규격장벽으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최고 700만원씩의 규격획득 비용을 무상 지원함으로써 내년까지 2000여개에 달하는 중소기업 해외규격인증 특수가 발생, 컨설팅업체들의 참여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10여개 안팎의 전문 컨설팅업체가 주도했던 이 시장에 규격관련 정부출연기관 등 공공기관과 민간 컨설팅업체들이 대거 참여, 현재 100개를 훨씬 웃돌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출범 당시만 해도 48개에 불과했던 해외규격인증컨설팅협의회 소속 기관도 현재 115개로 대폭 늘어난 실정이다.

 이같이 컨설팅기관이 난립하면서 해외규격 컨설팅시장이 과열돼 과당경쟁으로 인한 덤핑 컨설팅이 늘어나고 있으며, 최근엔 실무경험과 전문가·관련시설 등도 갖추지 않은 무자격 컨설팅기관까지 속속 가세, 해외규격업무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규격 수요가 집중되고 있는 유럽연합의 「CE마크」와 미국 「UL」의 경우 품질시험시설(랩)과 다수의 규격전문가들을 필요로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실적이 거의 없는 단순 ISO 품질 및 환경 컨설팅업체까지 무분별하게 수주전에 가세해 전문업체에 하청이나 재하청을 주는 사례도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규격전문가들은 『경영컨설팅과 달리 규격컨설팅은 기술적인 백그라운드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규격을 따는 것 자체보다는 과정이 더 중요한데도 비전문 컨설팅기관까지 가세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며 『정부 차원에서 컨설팅기관의 전문분야를 고려해 영역을 보다 엄밀하게 구분, 진입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들도 컨설팅기관의 난립에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규격컨설팅사인 N사의 관계자는 『컨설팅기관의 선택폭이 넓어지자 중소기업들이 업무처리 능력엔 관심없이 가격만을 고려해 컨설팅기관을 선정하고 있다』며 『부실인증으로 해외에서 사후관리에 적발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들의 몫이 된다는 점을 숙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