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벤처지원 포럼]벤처기업 성장단계별 자금지원 방안

전자신문사가 후원하는 "벤처지원포럼(회장 오해석)"이 지난 25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중소기업청.정통부.중소기업진흥공단 등 벤처관련 부처 관계자와 업계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벤처기업 성장단계별 자금지원 방안"이란 주제발표에 이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벤처기업 자금지원정책을 중심으로 논의한 이날 모임에서 참석자들은 정부정책기금의 효율적 배분과 함께 직접지원보다는 간접지원 방식을 더욱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참석자들은 벤처기업 자금지원의 방향을 에인절의 활성화를 통한 시장의 흐름 위주로 변화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있었던 정책발표와 토론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편집자>

 △오해석(사회, 숭실대 교수)=지금까지 「벤처기업 성장단계별 자금지원방안」이란 주제로 정부의 벤처기업 자금지원정책에 대해 이계형 중기청 벤처기업국장께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발표내용으로 보아 정부의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체계와 직접금융시장을 포함한 성장단계별 자금지원체계 구축이 추진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이와 관련해 벤처기업이 현장에서 느끼고 있는 정부의 자금지원정책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고 이 점에 대해 토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상협(칵테일 사장)=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벤처기업 혹은 중소기업 자금지원 얘기는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중소기업청이나 정보통신부·과학기술부 등 정부 각 부처의 중소·벤처기업 자금지원 제도는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금지원을 받으려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2년 전 「칵테일」이라는 기업을 설립하고 정부자금을 지원받을까 했었는데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막 창업한 기업에게 보증을 요구하는가 하면 매출액 자료를 요구했습니다. 창업초기 기업은 현실적으로 보증을 설 만한 여건도 안되는 데다 매출도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있는 그대로 자금지원을 받으려 한다면 절대로 자금지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 우리회사도 결국 자금지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정보통신부에서 지원하는 사무공간 및 시설임대 프로그램을 소개받아 당시 많은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오히려 직접적인 자금지원이 어렵다면 현실에 맞게 기본인프라를 구축, 간접지원하는 방식을 더욱 확충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정부의 벤처기업 지원방식의 방향수정이 요구된다고 하겠습니다.

 △이정길(기술신용보증기금 서울기술평가센터 차장)=벤처기업에게 무조건 보증을 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 앞서 언급된 것처럼 현재 정책자금 지원의 조건으로 보증을 요구하는 것은 제3자의 보증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시설자금이나 운전자금 같은 경우 대표이사의 보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업의 윤리상 대표이사의 보증까지 받지 않는 것은 무리입니다. 더구나 물적담보는 요구하지 않으므로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봅니다. 기술신보는 현재 자금지원시 기술의 성공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즉, 현재의 기술수준이 어느 정도인가와 상품화했을 때 매출 가능성이 있느냐하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사회=해당 기업에서 느끼고 있는 자금지원 정책과 자금을 지원하는 공급자간에 약간의 시각차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수요자 입장인 벤처기업측에서는 정책자금을 지원받기가 그렇게 힘들다고 합니다.

 △윤용상(조이세븐 사장)=그렇습니다. 현실적으로 아이디어와 기술만으로 벤처기업을 창업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우선 자금을 지원받고자 해도 절차가 까다롭고 요구하는 것도 많습니다. 실제로 우리회사에서 개발한 「문자변환 소프트웨어」 기술을 담보로 중소기업청이나 기술신용보증기금의 문을 두드렸으나 자금을 지원받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특허기술이나 연구경력 등 요구하는 것이 너무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3월 문자변환 소프트웨어를 개발, 기술의 독창성을 인정받아 해외 수출가능성은 물론 국내 시장에서도 제품화시 사업성이 좋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3월에 들어간 특허신청은 1년이 지나야 정식특허를 받을 수 있다고 해 기술을 담보로 한 자금을 지원받는데 실패했습니다. 아이디어와 기술의 사업가능성을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자금을 지원받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중기청이나 기술신보에서 요구하는 담보나 매출을 요구하는 자금정책을 지속할 경우 벤처자금 지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임차식(정보통신부 산업기술과장)=현실적으로 아이디어가 우수하다고 해서 모두 정책자금을 투입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디어와 기술이 조화돼야 하고 제품화는 물론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기업이라야 합니다. 정통부에서는 현재 1단계로 각 분야 전문가를 초빙, 시장성·기술성 등을 평가토록 하고 있으며 2단계에서는 평가기간을 늘려 아이템의 사업성을 정밀 분석, 투자 결정을 내리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성공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방향으로 단계별 투자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각종 벤처자금 지원정책들간 연계를 통해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유기적인 지원체계를 수립하도록 하겠습니다.

 △권진만(한국대학생벤처창업연구회장)=벤처기업의 경우 창업초기에 자금 수요가 가장 많습니다. 따라서 초기 아이템이나 기술에 일정 금액을 투자하고 그 다음 일정기간 후에 그 기업의 성장가능성에 따라 자금지원을 해주는 성장단계별 투자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창업단계별 투자시스템과 이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자금지원을 신청할 경우 서류작업이 만만치 않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얼마간의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1개월 이상의 서류작업에 매달려야 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자금을 공급하는 기관간 서류양식도 달라 서류작업의 비효율성이 큽니다. 차제에 정부가 사업계획서 표준모델을 제공하는 방안도 고려돼야 할 것입니다.

 △연병선(한국아이티벤처투자 사장)=공급자로서 한국IT벤처투자는 우선 기술의 사업화 가능성과 독창성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서류의 요건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얘깁니다. 수요자로서의 벤처기업은 우선 기술의 사업화 가능성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재 한국IT벤처는 통신장비나 멀티미디어 등 첨단산업 위주의 투자를 진행해 왔으며 매출 20억원 이상의 중견기업에 집중적으로 지원해 왔습니다. 매출이 소규모인 기업에는 에인절 자금이 들어가는 식의 차별화된 자금지원 체계가 수립돼야 한다고 봅니다.

 △백중기(대한상공회의소 서울엔젤그룹 사무국장)=벤처기업의 자금지원에 대한 수요자들의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것 같은데 꼭 그렇게 볼 필요는 없습니다. 금융시장이 개방되고 외국자본이 들어오면서 자금의 흐름이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에인절의 등장도 그런 흐름에 기인한 것으로 보면 될 것입니다. 최근에는 이 같은 흐름을 타고 서울엔젤그룹을 비롯해 경기엔젤그룹, 인천엔젤그룹, 대구엔젤그룹 등 각 지역별 에인절이 속속 출현하고 있습니다. 오는 9월에는 전국에인절그룹연합회도 결성될 예정입니다. 이들 에인절그룹이 결성되면 벤처기업을 비롯한 중소기업들의 자금지원 문제는 한결 개선되리라고 봅니다. 물론 현재도 기술의 사업성이 밝고 아이디어가 참신해 제품화할 경우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투자가들이 판단했을 때 기술의 사업화 가능성이 적을 때 어떻게 하느냐입니다. 결국 이제 우리나라 벤처기업 자금지원의 방향도 선진국처럼 시장의 기능에 맡기는 식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 과장=정보통신부의 벤처자금 지원정책 방향 역시 지금까지의 직접지원 방식에서 간접지원 방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창업자금이나 운전자금 등 직접적인 자금지원은 줄이고 사무공간이나 시설 및 마케팅 부문을 지원하는 간접지원 방식으로 유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벤처캐피털에 자금을 지원, 벤처기업에 투자를 하도록 유도해 시장기능에 의한 벤처기업 지원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또한 출연사업을 통해 벤처기업 자금지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현재는 우수신기술지원사업과 산업기술개발사업으로 구분, 벤처기업을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대상기업 심사기준을 강화했더니 출연기금의 70%에 해당하는 금액만 투자됐습니다. 올해에는 심사기준을 완화해 출연기금의 100%를 투자토록 할 계획입니다.

 △백 국장=최근 코스닥의 활황과 함께 에인절 클럽에 투자자가 몰리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그러나 너무 활성화되다 보니 이에 대한 부작용이 우려됩니다. 벤처기업 지원의 대안이 돼야 할 에인절이 투기의 수단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강박관념까지 생길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 들어 「묻지마 투자」와 같은 일확천금형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어 문제입니다. 주식투자처럼 단기간 내에 승부를 보려는 사채꾼까지 몰려들고 있습니다. 코스닥의 활황 이면에 자리잡고 있는 거품논리가 에인절에도 그대로 적용돼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 국장=자금지원 문제는 무엇보다도 평가시스템의 문제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제는 자금지원을 위한 평가시스템의 고도화와 다양화가 필요한 때입니다. 이를 위해 여러 가지 안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에인절의 급증으로 인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투자자가 많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봅니다.

 △연 사장=자금공급자 입장에서 보면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도 일종의 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금공급자가 리스크가 큰 기업을 지원해서 그 기업이 성공할 경우 그만큼 큰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합니다.

<정리=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