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의 데이터 처리와 첨단 성능을 제공하는 64비트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시장이 본 궤도에 들어서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텔이 지난 94년 HP와 제휴, 복합명령어처리(CISC)방식과 명령어축약형컴퓨팅(RISC) 방식의 기술을 결합한 64비트 CPU인 「머세드(Merced)」칩의 세부 아키텍처를 최근 공개하고 CPU·서버·워크스테이션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세력 규합에 나선 가운데 「알파칩」 진영인 삼성전자와 「울트라스파크」를 내세우고 있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이 인텔에 앞서 시제품을 출시하고 독자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인텔은 최근 자사의 32비트 CISC와 HP의 RISC방식인 「HPPA」를 결합, 실행 명령어를 종전보다 크게 늘린 에픽(EPIC:Explicitly Parallel Instruction Computing)기술에 기반, 128 정수 레지스터와 플로팅 포인트 레지스터 등 대용량 컴퓨팅 자원을 지원하면서도 예측·추측과 같은 첨단 성능을 내장한 머세드칩의 세부 아키텍처를 공개했다.
인텔은 설계, 소프트웨어 개발키트, 칩세트 등 「머세드칩」의 주요 구성요소 개발을 완료한 상태로 조만간 700㎒∼1㎓대역의 샘플 제품을 출시, 시스템 업체에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내년 중순부터 대량 생산체제에 돌입할 예정이다.
특히 독자 노선을 강구하던 일부 64비트 RISC칩 계열의 업체들이 최근 인텔 노선에 합류하기로 하는 등 머세드칩 동조세력이 크게 늘고 있어 인텔의 움직임에 관련업체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컴팩사와 제휴, 「알파칩」 개발에 나선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1㎓ 대역의 알파칩 개발을 완료하고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PC엑스포」에서 제품 시연회를 개최했다.
삼성은 1㎓ 알파칩의 본격 생산시기를 내년 4월경으로 잡고 있으며 이에 앞서 기존 제품인 「알파 21264」의 기능을 개선, 두개의 주기판과 하나의 프로세서 모듈로 구성된 저비용 고효율 알파칩도 내년 초에 출시할 계획이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최근 64비트 600㎒급 「울트라스파크Ⅲ」 CPU를 올해 말부터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울트라스파크Ⅲ」는 서버·워크스테이션급에 채택되면서 확장성이 뛰어난 s계열의 제품과 데스크톱 PC용인 i계열의 제품으로 구성됐다.
이 회사는 2년 안에 1.5㎓급의 CPU를 개발할 예정이며 올해 말쯤에 「울트라스파크Ⅲ」 소스코드를 인터넷을 통해 완전공개해 상품화 이전까지는 로열티를 받지 않는 라이선싱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이와 함께 IBM이 최신 구리칩 제조기술을 적용한 64비트 1㎓ 파워PC CPU를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며 IDT도 최근 네트워크·세트톱박스시장을 겨냥한 300㎒급 64비트 RISC칩을 최근 선보이는 등 64비트 CPU시장을 두고 인텔 진영과 독자노선을 걷는 업체 사이에 시장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김홍식기자 h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