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99 상반기 인기상품> "고객"을 읽으면 "시장"이 보인다

 냉장고는 음식을 차게 보관하는 가정용기기라는 점에서 냉장 및 냉동기능만 놓고 볼 때 각사에서 내놓은 제품의 기능상 큰 차이는 없다. TV도 공중파를 잡아 영상과 음향을 전달하는 영상기기라는 점에서 각 업체의 제품은 거의 비슷하다. 국내 및 외국 전자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시장상황에서 보면 제품의 기본 개념이나 기능, 용량은 장점이 될 수 없다. 특히 제조업체들의 제품개발 기술이 엇비슷하게 발전되고 있는 상황에선 그 차이점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그렇지만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제품은 있게 마련이다. 성공한 제품, 곧 「인기상품」으로 불리는 이들 제품은 분명히 소비자로부터 인기를 끌 만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

 올들어 상반기 동안 전자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제품은 적지않다. 이들 제품이 인기를 끈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신뢰성과 편의성이라는 내적인 요소와 디자인이라는 외적인 요소가 바로 그것이다. 두 가지 가운데 어느쪽이 비중이 크다고 말할 수는 없다. 외적요소의 경우 소비자들의 반응이 빠르다. 그러한 점에서 외적인 요소는 단기간에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내는 데 큰 힘이 된다. 이와 달리 내적요소는 단시간에 소비자들의 반응을 얻기 힘들다. 하지만 꾸준히 판매가 늘어나고 후속제품이나 다른 제품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도를 높여준다. 본지가 선정한 상반기 인기상품들은 바로 이 두 가지 면에서 뛰어난 제품들이라 할 수 있다.

 올 상반기에 선정된 인기상품의 특징은 이전 제품에서 쌓아온 신뢰성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은 제품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IMF이후 신제품 출시가 크게 줄었고 업체들도 변화를 시도하기보다 디자인변화를 최소화하고 품질과 기능을 중시한 신제품을 주로 내놓았다.

 가전제품의 경우 세탁방식을 개선해 성능을 높인 세탁기, 톱마운트방식 냉장고 시장을 대체해나가고 있는 양문여닫이 냉장고가 품질과 성능, 기능에서 인정을 받으면서 올들어 급격히 수요를 넓혀 인기상품에 선정됐다. 또 지난해말 등장한 평면TV가 TV시장을 주도하면서 인기대열에 합류했다. 이들 제품은 성공적인 판매와 함께 침체됐던 가전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PC와 노트북컴퓨터 시장은 시스템 안정성과 AS 등 사후관리에서 앞서 있는 대기업 제품이 다른 제품에 비해 다소 가격이 비싼데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강세를 보여 다수의 업체들의 제품이 인기상품에 올랐다. 또 프린터 등 주변기기는 품질과 내구성 등 제조업체가 그동안 쌓아온 신뢰성이 후속제품의 판매강세로 이어지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인기상품으로 뽑혔다.

 휴대전화 등 통신단말기의 경우 다른 제품과는 달리 디자인이 시장에서의 성패를 좌우했다. 소형화된 폴더와 곡면처리된 소형 플립타입 휴대전화 등이 인기상품의 영예를 거머쥐었다. 특히 삼성전자의 폴더 제품은 최근 판매 위축에도 불구하고 일선 유통점에서 제품을 구하기가 어려울 만큼 인기를 끌면서 인기상품 반열에 올랐다.

 인기상품은 제품 기능이나 성능, 디자인만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품질과 성능이 우수한 제품을 내놓는다고 해서 단시간에 판매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의 입을 통해 제품의 우수성이 전해지면서 인기가 오르고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판매를 늘려가며 인기를 독차지하는 제품도 적지않다. 바로 이를 이끌어내는 것이 마케팅이다.

 좋은 제품은 빨리 알리고 또 효과적인 방법을 통해 판매를 늘려 나가는 것이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러한 점에서 판촉과 광고를 포함한 마케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인기상품의 상당수는 바로 이같은 마케팅의 성공적인 수행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 하겠다.

 광고는 짧은 시간에 다수의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알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잘된 광고는 제품의 인지도를 높여 판매를 늘릴 수 있기도 하지만 제조회사의 인지도를 높여 다른 상품 판매를 높여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광고만으로 급변하는 시장에서 수요를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쉽지 않다. 광고를 통해 만들어진 인지도를 구매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제품 콘셉트에 맞는 연령, 성별, 직업 등을 구분해 집중적으로 수요를 파고들어가는 마케팅 능력이 필요하다. 6개월이나 1년 남짓한 라이프사이클을 가진 전자제품의 경우 마케팅이 판매에서 갖는 중요성은 그 어느것보다 크다 할 수 있다. 광고와 마케팅은 경쟁상품과 유사한 형태, 기능·성능을 가진 상품을 판매에서 차별화하는 확실한 방안이기도 하다. 올해도 일부 제품은 바로 이러한 확실한 마케팅에 의해 인기상품으로 선정됐다.

 인기상품 못지않게 서비스분야에서 인기를 끈 것도 많다. 물론 인기서비스의 요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고객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서비스」다.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욕구를 정확히 포착,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서비스만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파고들 수 있다는 것이다. 컴퓨터의 AS에 앞장서고 있는 서비스뱅크와 오랫동안 축적된 데이터복구기술로 고객들의 제품고장 수리에 최선을 다하는 씨앤씨, 고객들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통신서비스를 개발해 온 두루넷·하나로통신·한국통신프리텔·신세기통신 등이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물론 각 분야에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고객의 요구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 발빠르게 고객을 늘려간다는 점에서 우수한 서비스로 자리를 잡았다.

 소비자들은 원가가 적게 든 저가상품만을 좋아하는 게 아니다. 디자인이 그럴싸한 제품만을 선호하는 것도 아니다. 경제상황과 소비자의 구매심리 변화를 제대로 읽고 대응한 제품들을 인기제품으로 꼽고 있다. 성일컴퓨터의 PC, KDS의 모니터, 웅진코웨이 정수기, MSD 주기판, 후지쯔 서버, 대우통신 노트북 솔로, 삼성전자의 평면TV 등이 바로 소비자들이 인기상품으로 추천하는 제품이다.

 소비자의 의식과 행동을 정확하게 파악한 인기상품 개발은 기업의 생존수단이 된다. 전자신문이 선정한 인기상품은 바로 이러한 경쟁조류를 헤쳐나갈 일등상품으로 소비자들의 인기를 독차지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