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의 사무실은 온통 책과 서류더미로 가득했다. 「사이버 사회와 법」 이야기를 꺼내자 잠시 생각에 잠긴다. 이윽고 『미국의 누구는 이렇게 주장하고 또 누구는 이렇게 이야기한다』며 서류더미를 뒤적여 그 내용을 확인시켜주는 일도 잊지 않았다.
A의 생각을 물었다. 한숨부터 나오는 모양이다. 법학을 전공하고 통신정책을 연구하는 공무원인 그는 고개를 흔들며 신중한 태도였다. 『기본적으로 사이버 사회는 무규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살짝 비켜간 그는 운동경기장의 폭력문제가 좋은 예라면서 설명한다. 알듯 말듯 고개를 갸웃대며 인사를 나눴다.
이번에는 B를 만났다. 이런 저런 대화가 오가다 MP3 문제가 나왔다. 저작인접권이 이러쿵 저러쿵. 결국 권리보호의 당위성과 권리의 남용 방지에 도달했다. 「의무 없는 곳에 권리 없다.」 대화의 결론을 머릿속에 새겨놓고 공원 같은 거리를 걸어나왔다. 뭔가 건졌다는 기분으로 줄거리를 생각해봤다.
그날의 세번째 취재원 C. 전자상거래가 이렇고 기본법이 저렇고 거침없이 쏟아낸다. 『육성을 하자면서 결국 규제를 만든다』고 우리나라 법 체계를 꼬집는다. 정부가 존재가치를 확인하기 위해서 하는 일이 규제를 만드는 일이란다. 또 자기구역이라는 판단이 들면 결사적이란다. 처음 듣는 얘기가 아니어서일까. 오히려 담담했다.
<김상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