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니시스의 조완해 사장(63)이 국내 진출해 있는 외국계 컴퓨터 공급업체 1세대 가운데 마지막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뜻을 내비쳐 주목되고 있다.
한국유니시스는 최근 조 사장을 사령탑에서 퇴진시키로 결정하고 후임자 물색에 나섰다. 이번에 조완해 사장이 퇴임하면 이미 후계이양을 선언한 한국오라클 강병제 사장(57)에 이어 외국계 정보기술(IT) 업계의 원로가 모두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셈이다.
조 사장 퇴진의 직접적인 배경은 유니시스 본사에서 후임자의 필요성이 제기된데다 국내 중대형컴퓨터 업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환갑이 넘은 고령이어서 건강악화를 우려한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유니시스는 본사 차원에서 싱가포르의 헤드헌터를 통해 국내 중대형컴퓨터 업체와 시스템통합(SI) 업체 경영진을 대상으로 후임자 물색작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또 이번 한국유니시스의 후임사장 선정은 그 대우가 파격적일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완해 사장은 국내 중대형컴퓨터 업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장직을 수행해온 경영자로 손꼽히는 대표적인 인물. 그는 지난 88년 한국유니시스의 사장으로 부임한 이후 11년 동안 이 회사의 경영전반을 총괄해왔다. 한국유니시스는 그동안 조 사장의 강력한 리더십을 토대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농협을 비롯해 증권거래소·조흥은행·신한은행 등 대형 고객사들을 확보, 국내시장에서 안정적인 자리매김을 했다.
한국유니시스는 이같은 대형고객사들을 대상으로 한 자사 메인프레임(엔터프라이즈 서버)의 공급호조 등에 힘입어 지난해 108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국내 중대형컴퓨터 시장에서 나름대로 입지를 다져왔다.
앞으로 한국유니시스의 행보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이와 관련, 컴퓨터업계 전문가들은 한국유니시스의 현안으로 매출형태가 서비스와 컨설팅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본사와는 달리 메인프레임 부문(판매 및 유지보수)에 치중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본사차원에서 메인프레임에 대한 개발·투자 부문이 점차 약화되고 있어 메인프레임 매출비중이 큰 한국유니시스로서는 이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유니시스는 본사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최근 솔루션 중심의 SI업체로 변신을 꾀하고 있으나 아직 강한 이미지를 심어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이 회사는 안정적인 메인프레임의 매출실적이 경쟁업체 비해 상대적으로 기업 변신작업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대형컴퓨터 업계에서는 한국유니시스가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지닌 인물이 필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유니시스 스스로도 신임사장 선임을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마무리짓고 하반기부터 새 사령탑 체제에서 공격적인 경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이번 조완해 사장의 퇴진으로 그동안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성향을 보여온 한국유니시스가 어떠한 색깔로 변신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영민기자 ym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