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밀레니엄 정보기술 "이정표" 세웠다

 「제13회 한국컴퓨터·소프트웨어전시회(SEK99)」와 「제7회 윈도우월드전시회(WWE99)」가 2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COEX)에서 폐막됐다. 전자신문사가 주최하고 정보통신부가 주관해 나흘 동안 열린 이번 행사에는 10개국 235개 업체에서 4500여 품목을 출품했으며 18만여명이 관람했다. 이번 전시회는 특히 20세기 마지막 행사라는 점에서 정보기술이 탄생한 금세기를 돌아보며 21세기 기술동향과 시장흐름을 예측해 보고자 하는 독자와 관람객들에게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본지는 이같은 독자·관람객들의 요구에 부응해 지난 10일부터 특별취재팀을 구성, 「미리 가보는 SEK99·WWE99」 시리즈를 연재하는 한편, 개막일을 전후한 지난 25일과 28일 2회에 걸쳐 각각 40쪽 규모의 타블로이드판 전시 종합 정보지 「세크월드」를 발행한 바 있다. 행사 폐막과 함께 SEK99·WWE99 특별취재팀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출품동향을 분석하고 내년 이후 정보기술산업을 전망한 내용을 분야별로 정리해 본다.

<편집자>

 ▲데스크톱 패키지 분야에서는 역시 오피스 제품군이 가장 눈길을 모았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오피스2000」과 한글과컴퓨터의 「넷피스」를 본 참관객이라면 오피스 분야에서 「웹 오피스 작업」이라는 신조류가 형성되고 있음을 눈치챘을 것입니다. 이제는 사무실 환경에서 굳이 오피스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웹 브라우저만으로 문서작업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으로 보입니다.

 ▲문서인식 프로그램이나 영한 및 일한 번역기 소프트웨어(SW)들이 대거 선을 보인 것도 두드러진 특징이었습니다. 또 지리정보시스템(GIS)기술을 데스크톱에서 구현한 관광지도 프로그램도 3∼4종 출시되어 「생활속의 GIS시대」가 멀지 않았음을 실감케 했습니다.

 ▲이번 SEK99에서는 이제까지 국산 SW의 불모지로 여겨져온 분야에서 다양한 SW가 출품됐다는 게 큰 수확이었습니다. 그동안 국산 SW들은 대부분 데스크톱 분야나 오피스 패키지, 애플리케이션 분야에 치중돼 있었는데 이번에는 애플리케이션 서버, 개발도구, CASE도구 등 높은 수준의 미들웨어와 개발도구들이 대거 등장한 것이죠. 특히 이 가운데 플래스틱소프트웨어의 CASE도구, 블루엣인터내셔널의 자바개발도구, 인터벡의 프로젝트관리시스템, 시드버추얼시스템의 웹 애플리케이션 서버 등이 많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또한 전사적자원관리(ERP), 지식관리시스템(KMS) 솔루션이 대거 출품된 것도 기업용 시스템 분야의 볼거리였습니다. 이밖에 포털 개념이 기업용 시스템 분야에 접목된 전사 인포메이션 포털(EIP) 솔루션의 출현이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벤처기업들의 활약도 돋보였습니다. 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올해 처음 설치·운영한 SW진흥관에는 전국 SW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해 있는 30여 벤처기업이 참가해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솔루션을 선보였습니다. 이 가운데 인터넷 분야는 역시 벤처기업의 독무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양한 솔루션이 많이 출품돼 관심을 끌었죠. 특히 웹서버, 홈페이지 구축툴뿐만 아니라 검색엔진, 웹보안시스템, 영상통신시스템 등 다양한 응용 솔루션들이 나와 참관객의 발길을 멈추게 했습니다.

 ▲이번 행사는 지방 벤처기업들의 축제무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무려 38개에 이르는 지방업체들이 참가해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과시했습니다. 특히 부산의 경우 단일지역으로는 가장 많은 11개 업체가 참가했고 부산시는 자체 공동부스를 마련해 다른 지역업체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죠.

 ▲W W E 99는 MS의 서버솔루션들이 차세대 정보화전략인 디지털신경시스템(DNS)을 이루는 큰 축으로 등장했습니다. 특히 「사이트서버」와 「익스체인지서버」는 정보화의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업의 인트라넷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전산담당자들에겐 최대의 관심사였습니다. 또 기반솔루션 부스에 전시된 차세대 운용체계 「윈도2000」 베타는 인트라넷 지원을 강화하는 등 더욱 다양해진 분산처리환경 구축 가능성을 선보여 윈도개발자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특히 개발전략 시나리오별로 전시가 이뤄진 협력관은 참관객들이 유사한 제품을 쉽게 비교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전자상거래 부스의 경우 실제 구현방법이나 운영형식을 자세하게 묻는 참관객들이 많아 관련분야 벤처창업 붐을 반영했습니다.

 ▲한글처리 문제도 이번 전시회 관심사의 하나였습니다. MS의 「오피스2000」 패키지 중 「워드2000」은 한글고어를 자유자재로 처리한다고 해서 개발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는데 행사 기간중에도 중장년층 참관객이 직접 시연하는 모습이 눈에 띄는 등 높은 관심도를 보여줬습니다.

 ▲PC업체들은 PC 자체의 성능과 함께 네트워크·인터넷 활용의 편리성에 주안점을 두고 홍보정책을 펴 눈길을 끌었습니다. 노트북PC의 경우 펜티엄Ⅱ 제품이 주류를 이뤘는데 휴대하기 간편한 초박형·초경량 디자인이 관심을 끌었습니다. 또 사용자가 직접 원하는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맞춤형 PC에 대한 관심도 높았습니다.

 ▲개인용 정보단말기 분야에서는 업계 라이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윈도CE기반 핸드헬드PC를 동시에 선보여 관심을 모았습니다. 또 많은 업체들이 MP3플레이어와 디지털카메라 등 개인휴대형 장비가 대거 출품돼 모빌컴퓨팅 시대가 성큼 다가왔음을 보여줬습니다. 관람객들이 직접 시연해볼 수 있도록 준비한 가온과 LG전자의 부스에는 MP3의 성능을 직접 체험하기 위한 사람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디지털카메라를 활용한 디지털 포토시스템 등에도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주변기기 분야는 고해상도 레이저프린터가 선보였고 SEK에서는 보기 드물게 대형 TFT LCD 모니터 등이 출품됐습니다. 지난해와 다른 점은 LAN카드/보드류 출품업체의 수가 크게 줄어든 대신 터치스크린이나 디지타이저·디지털카메라·CDRW드라이브 관련업체가 큰 폭으로 증가, 명암이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는 것입니다.

 ▲총 30여 업체가 참가한 대만국가관은 주변기기 출품작이 주류를 이뤘는데 역시 보드류가 줄어든 대신 네트워크장비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 이채로웠습니다. 전반적으로는 컴퓨터 케이스에서 CPU쿨러·케이블·파워서플라이 등 출품 아이템이 다양했고 특히 아레나사가 출품한 RAID장비는 깜찍한 디자인과 성능으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유니버설 시리얼버스(USB)방식 허브, LAN카드 등을 비롯, 스카시 솔루션 및 광저장매체 분야의 출품업체가 눈에 띄게 많아진 것도 올해 대만국가관의 특징으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SEK99는 하드웨어 못지 않게 콘텐츠 분야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인식시켜준 행사였다고 생각합니다. 출품작 가운데 패키지 및 온라인 콘텐츠의 비중이 매우 높았습니다. 게임업체들이 공동으로 참가한 우수게임관의 경우 게임에 대한 일반 소비자들의 왜곡된 시선을 새롭게 바꾸어주었다고 봅니다. 많은 참관객들이 국산 게임의 수준에 대해 재평가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SEK 개막에 맞춰 방한했다는 일본의 한 게임업체 사장도 국산 PC게임의 수준이 높아 비디오게임기용으로 이식해 보겠다며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앞으로는 SEK가 국내 콘텐츠 업체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바이어 중심의 전시회로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을 더욱 굳게 갖게 되었습니다.

 ▲지난 10년간 지속돼온 문자 위주의 PC통신서비스가 SEK99를 계기로 그래픽과 동영상 등 생동감 넘치는 인터넷 서비스로 전환된 것도 SEK99가 거둔 성과 중 하나일 것입니다. 특히 업계 1, 2위를 다투는 천리안·하이텔 등이 인터넷 기반 통신 소프트웨어인 「천리안 2000」 「하이텔99 플러스」 등을 발표, 이미 인터넷 통신서비스를 제공중인 후발주자들을 긴장시켰습니다.

 ▲인터넷으로의 전환이라는 총론에는 모두 일치했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업체마다 차이가 있었습니다. 하이텔은 「배틀넷」처럼 네트워크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게임넷을 선보여 게임 마니아를 유혹했고, 채널아이는 자동으로 증권투자 수익률을 계산해주는 「나의 포트폴리오」를 내세워 요즘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사이버 개미군단을 공략했습니다.

 ▲인터넷 장비업체들의 저조한 참여는 이번 전시회의 옥에 티였습니다. 하지만 국내 장비업체 중 유일하게 참여한 한아시스템의 부스는 실속있는 관람객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았다는 후문입니다.

<정리=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