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 특소세 환원 "골머리"

 가전업계가 특소세문제로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가전업계는 올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TV·냉장고·에어컨 등에 부가되는 특소세의 경감 또는 폐지를 위해 그동안 업계공동으로 노력해왔으나 이번에는 예년과 달리 특소세율 환원이라는 새로운 이슈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IMF 이후 극도로 침체상태에 빠져있는 내수경기를 진작하고 실질소득감소에 따른 일반가계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 7월 잠정적으로 인하했던 특소세율이 8월 1일부로 다시 기존 세율로 환원되기 때문이다.

 특소세율의 환원은 곧바로 당장 제품별로 5.14%에서 9.2%까지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며 이것은 소비심리의 위축으로 연결돼 가뜩이나 내수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전업계에는 또다른 시련일 수밖에 없다.

 현재 보급률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는 가전제품의 경우 수요의 대부분이 대체수요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품가격의 인상은 실수요를 잠재수요로 전환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전업계는 비록 정부가 특소세율 인하발표 당시 1년이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내수시장이 IMF 이전으로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소세율의 환원은 그나마 최근 일기 시작한 내수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데 우려를 같이하고 있다.

 실제 지난 1·4분기 동안 결혼시즌을 맞아 혼수제품 위주로 가전제품의 판매가 증가세를 나타내 6040억원의 시장을 형성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5.2%, IMF 이전인 97년에 비해서는 무려 30.4%가 줄어든 수치라는 것.

 또 최근 발표된 올해 주요 업종별 전망에서도 자동차 등 대부분의 분야가 지난해보다는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유독 가전산업만큼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어 가전업계는 지난해보다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그나마 수요창출에 기여했던 특소세율인하조치가 다시 환원될 경우 내수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곧바로 판매부진으로 부도직전에 몰려있는 중소가전업계 및 관련 부품업계, 영세유통업체들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것이 분명해 국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또 특소세율의 환원에 앞서 7월부터 수입선다변화조치 해제로 시장이 완전개방될 경우 소비자들의 브랜드선호도가 높은 일본산 제품들이 국내 시장을 급속히 잠식할 경우에는 국내 가전업계의 입지는 더욱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소세율의 환원은 산업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중산층보호정책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업계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경제위기극복을 위한 구조조정과정에서 중산층의 기반이 크게 약화됐다는 판단아래 서민대출 이자율 인하, 세금감면 등 중산층의 기반붕괴방지를 위한 정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특소세율이 환원될 경우 고소득층보다는 일반 서민층의 부담을 가중시켜 정부 의지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가전제품과 같은 내구소비재이면서도 생활필수품으로서의 가치도 상대적으로 적은 자동차의 경우 한·미 자동차협정에 의해 자동차에 대한 특소세율의 환원을 2005년까지로 연기한 상황에서 유독 가전제품에 대한 특소세율만 환원한다는 것은 형평성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따라서 업계에선 내수시장이 IMF이전 상황으로 회복되기 이전까지는 현재의 잠정세율이 그대로 적용돼야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수입선다변화조치의 해제로 지명도 높은 일본산 가전제품에 대한 대책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국내 가전업계는 특소세율 환원이라는 또다른 암초에 부딪히는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