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정보통신부의 신규투자 불가방침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정선종)의 운영사업 포기로 관리기관마저 모호했던 ETRI 슈퍼컴퓨터센터가 조만간 국무총리실 공공기술연구회 산하 출연연구기관인 연구개발정보센터(KORDIC·소장 조영화)와 통합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그간 투자공백으로 미뤄졌던 슈퍼컴퓨터 3호기 도입이 슈퍼컴퓨터센터의 이관과 함께 본격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관계당국 및 관련기관에 따르면 ETRI 슈퍼컴퓨터센터의 이관 문제를 다루기 위해 구성된 슈퍼컴퓨터 전문평가단은 지난 25일 ETRI에서 슈퍼컴퓨터센터 이관 요청기관에 대한 평가회의를 갖고 슈퍼컴퓨터센터와 연구개발정보센터의 통합이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슈퍼컴퓨터 이용자 중 컴퓨터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 슈퍼컴퓨터 전문평가단은 이같은 평가결과를 이번주중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과 산업기술연구회에 보고할 예정이어서 부처간 이해다툼으로 번졌던 슈퍼컴퓨터센터 이관 문제가 사실상 매듭지어질 전망이다.
슈퍼컴퓨터센터 이관 문제는 이 센터를 관리·운영하던 ETRI가 지난달 말 열린 산업기술연구회 이사회에서 센터 운영사업 포기를 공식적으로 밝히고 차후 운영방안으로 △독립기관화 △대학부설화 △대학 이외의 기관과 통합 등 3개안을 제시하면서 본격화돼 그간 대학 및 출연연 등 여러 기관이 이관받기를 희망, 치열한 유치전을 벌여왔다.
특히 연구개발정보센터(상급기관 총리실 공공기술연구회)·서울대(교육부)·한국과학기술원(KAIST·과학기술부) 등은 상급기관의 이해기반을 바탕으로 슈퍼컴퓨터센터 운영을 맡겠다고 나섰고 여기에 지난해까지 슈퍼컴퓨터센터 관리감독기관이었으면서도 신규투자 불가방침을 밝혔던 정통부까지 최근 타 부처로의 이관이 아쉬운 듯 산하기관인 한국전산원으로의 이관에 적극 나서 부처간 밥그릇 싸움으로 비치기도 했다.
슈퍼컴퓨터 전문평가단은 이번 평가에서 슈퍼컴퓨터센터가 서울대와 KAIST로 이관될 경우 특정대학 중심으로 운영돼 슈퍼컴이 범부처적 공공목적으로 활용되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는 슈퍼컴센터 연구원들의 지적을 대부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평가단원으로 이번 평가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슈퍼컴퓨터 이용자가 대부분 대학·연구기관의 연구종사자임을 감안, 대부분의 평가자들이 효과적인 관리 및 집행이 가능한 총리실 공공기술연구회 소속 연구개발정보센터로 이관하는 것을 원했다』고 평가회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슈퍼컴퓨터 전문평가단은 특히 막판까지 슈퍼컴퓨터센터 이관을 적극 추진했던 전산원의 경우 지난해 정통부가 「과학기술 분야 연구개발 사업에 대한 예산지원이 곤란하고 기초과학 및 산업기술 개발을 위한 운영사업이 부처의 사업성격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슈퍼컴퓨터 운영사업의 민영화를 검토했던 사실을 감안해 전산원 이관에 대한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준 것으로 전해졌다.
정통부는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이번 슈퍼컴퓨터 전문평가단 평가회의 결과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며 국무조정실에 항의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어 이 문제가 슈퍼컴퓨터센터 이관에 다소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슈퍼컴퓨터센터 연구원들은 지난달 9일 ETRI에 「슈퍼컴퓨터센터를 연구개발정보센터와 통합하는 것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결합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과학기술계 연구개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킬 것」이라는 내용을 골자로 연구개발정보센터로의 이관을 희망하는 청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대전=김상룡기자 s 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