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완 세종대 영상만화학과 교수
애니메이션은 독특한 영상상품이다. 극장 개봉을 하더라도 항상 방학 때에 맞춰야 하며, TV방영도 오후 5시부터 7시라는 어린이시간대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아동용 콘셉트만을 강요받는다. 성인용 애니메이션이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이러한 상품은 대개 비디오 대여 혹은 판매 시장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단 한번 상품으로 제작이 되면 수십년 동안 동일한 연령층에 반복 구매되는 지속적인 신상품이라는 것이 애니메이션의 특징이기도 하다.
애니메이션은 고부가가치 산업이 아니라 고부가가치를 파생시키는 산업이다. 애니메이션 상품의 반복적 노출을 통한 캐릭터 비즈니스의 창출과, 이에 이어지는 게임산업 및 음반산업 그리고 테마파크로의 시너지 효과가 부가가치를 실현시키는 것이다. 즉 애니메이션 상품을 수용자가 지속적으로 반복 시청하면서 캐릭터에 대해 인지하고 신뢰하게 되면 결국 캐릭터 비즈니스의 경제적 지대가 형성되고, 구체적인 투자자본이 구축되며, 이러한 지점으로부터 재생산을 시도할 수 있는 부가가치가 형성되는 것이다.
실제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규모는 99년 현재 1차 시장, 즉 극장·TV·비디오 시장의 경제적 규모만을 산정할 때 약 500억원, 국내외 캐릭터 라이선싱과 2·3차 시장까지 광범위하게 중복 산정한다면 약 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각종 교육 및 제작 인프라도 설립되고 있다. 99년 6월 현재 전국 대학에 애니메이션 관련학과가 30여개 설립돼 있으며, 지방자치단체들도 서울시의 「서울애니메이션센터(SAC)」를 비롯해 부천시의 「부천만화정보센터(PCIC)」 「부천카툰네트워크(PCN)」 등 만화도시에 관한 각종 계획이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또한 애니메이션 관련 국제행사도 99년 현재 6개에 달한다.
90년대 초반부터 부가가치 산업으로 제시된 애니메이션 산업의 개념은 최초의 패러다임이 「애니메이션에 대한 저급한 대중적 의식의 전환」이었다. 제2기 패러다임은 「애니메이션 산업의 문화산업적 가능성 확대」였으며, 이어서 등장하게 된 최근의 제3기 패러다임은 「애니메이션 산업육성을 위한 인프라 설정과 직접적 지원책의 모색」이다. 특히 98년 10월부터 시행된 「국내 TV애니메이션 시리즈 방영쿼터제 실시」는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의 꾸준한 제작 가능성과 국내 캐릭터산업의 투자가능성을 발전적인 방향으로 지향시키고 있다.
새로운 21세기형 애니메이션 산업육성 정책 패러다임은 「전문인력을 기반으로 한 투자 패러다임의 시너지 효과 구축」으로 귀결된다. 확보된 사회적 제작인프라와 교육인프라 그리고 투자가능성 및 윈도확보 가능성(공중파 채널의 국내 애니메이션 방영가능성 확대) 등을 체계적으로 결합시켜 성공적인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킬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애니메이션 산업의 사이버 스페이스화를 가속하기 위한 교육인프라의 보강 및 새로운 프로젝트의 개발로 지속적인 창작 애니메이션의 제작 프로젝트를 창출시켜 제작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일본의 사례처럼 국내시장의 활성화가 선결돼야만 해외시장에서 차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상품이 개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애니메이션 산업은 이제 새로운 시도에 직면하고 있다. 준비된 인프라와 제작 전문인력, 잠재된 투자자본 등을 구체적인 방식으로 연계시키고 그로부터 연관산업, 즉 캐릭터산업과 음반산업 그리고 게임산업과 테마파크산업으로 진행시키기 위한 기획력의 새로운 시도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