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회와 질의·응답 및 토론을 통해 참석자들은 국내 EC산업 촉진을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규제완화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희범 차관보와 변재일 실장의 발표가 끝난 뒤 한국오라클의 강병제 사장은 『EC는 기존 상거래 관행에 존재하던 각종 비리요소를 제거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상당수 업체들이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EC를 적용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각종 세제혜택 등을 부여해야 한다』고 토론회의 첫머리를 열었다.
이에 대해 변재일 실장은 투명한 거래를 속성으로 한 EC에는 세제지원 등의 육성책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도 『다만 EC에 따른 세원을 아직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세제지원을 결정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희범 차관보도 『정보화가 투명한 거래를 실현하고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는 수단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면서 『이같은 취지에서 이미 산자부는 판매시점정보관리(POS)시스템 등을 도입·운영하는 경우 유통업계에 각종 세제혜택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종별 CALS 등 국가적 프로젝트는 민간업계가 주도하되 초기 단계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포스데이타시스템 김광호 사장은 『지금은 8개 주요 추진업종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정부측의 적극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국방대학원 김철환 교수도 『불과 3년 전 EC산업의 발전단계가 우리와 유사했던 일본은 그동안 핵심분야를 선정하고 업종별 전자거래체계 구현에 힘써온 결과 지금은 실증모델을 도출해냈다』면서 강력한 정부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변재일 실장은 『업종별 전자거래 추진상황은 청와대에서도 관심을 가질 정도』라고 전제하고 『하지만 무엇보다 전자거래를 실현하기에 용이하도록 업종 환경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EC 촉진과 정부부처의 구조효율화 측면에서 우체국의 향후 경쟁력 확보 방안도 참석자들의 관심사였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김재민 사장은 우선 EC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우체국의 경쟁력 강화방안에 대해 정통부의 입장을 물었다.
사회를 진행한 서울대 곽수일 교수는 독일 우정부의 경우 최근 세계적인 배송업체인 DHL의 해외사업부문과 이탈리아 물류업체를 인수하면서까지 경쟁력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변재일 실장은 『올해부터 우체국이 책임경영을 구현하도록 정부 방침을 확정한 바 있다』면서 『우체국의 전국 배달망을 EC 배송체계로 전환하고 전국 특산물과 중소기업 제품을 우체국 EC의 중점 품목으로 선정해 관련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체국 EC 추진계획이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도 함께 제기되면서 정부와 민간의 역할론이 논쟁거리가 됐다.
고려대 안문석 교수는 『EC가 앞으로의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중요한 분야이긴 하지만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과 민간업계의 역할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희범 차관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에서도 EC 분야에 대해서는 민간 자율에 맡긴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면서 『정부는 다만 각종 표준화사업과 정보인프라 구축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전체 EC시장 가운데 적지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정부 대 기업간(GB)거래 분야의 걸림돌을 제거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앤더슨컨설팅의 이재형 사장은 『정부 조달부문의 끊임없는 논쟁거리가 돼 왔던 최저가입찰제를 이제는 손봐야 할 때가 왔다』면서 『정부 부문도 양질의 민간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서는 이를 속히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재일 실장은 『오는 2001년까지는 조달물량의 대부분을 전자거래로 소화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라면서 『이를 통해 조달 부문의 거래 투명성이 확보된다면 최저가입찰제도도 변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밖에 몇가지 세부 관심사에 대해서도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최근 들어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는 온라인상의 개인정보보호 문제와 관련, 안문석 교수가 조만간 개인정보보호 규정을 민간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이희범 차관보는 법적 장치가 이미 마련돼 있으므로 산업이 성숙할 때까지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인터넷 EC 확산의 현실적인 어려움 가운데 하나인 언어장벽 문제도 빠지지 않았다.
안문석 교수가 『통역관이나 번역사를 양산해 일반 기업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운용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하자 이희범 차관보도 최근 유럽연합(EU)이 인터넷 공용어로 영어를 인정한 사례를 들면서 『막연한 문화적 거부감 등의 이유로 영어의 대중적인 보급에 주저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공감했다.
국내 EC산업을 선도할 주무부처인 산자부와 정통부가 그동안 정책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왔던 관행을 조기에 해소하지 않을 경우, 정책 혼선은 물론 산업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따끔한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희범 차관보와 변재일 실장은 『EC산업 육성과 관련해 두 부처가 개별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협력을 기본 바탕으로 한 선의의 경쟁임을 이해해달라』고 주문했다.
현재 인터넷 쇼핑몰업체들이 통신판매·방문판매 관련법 등의 규정에 의해 벤처기업으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며 가격제도 등에도 각종 규제가 있다는 지적은 시급한 해결과제로 인식됐다.
이를 경청한 이희범 차관보도 『애당초 방문판매 관련법 등은 해외 다단계 판매업체의 영업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구태적인 법규』라고 인정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 등 유관부처와 협의, 조속한 시일내에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참석한 기업체 최고경영자들은 예산확충 등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촉구했으며 국내 EC산업 육성에는 민·관 구분이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정리=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