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가 LG반도체 합병을 위해 안팎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우선 대외적인 법적 절차는 거의 마무리된 상태다. 통합작업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됐던 미 공정거래위원회(FTC)의 양사 통합에 대한 공정거래 심사가 예상보다 열흘 가량 앞당겨진 지난달 중순에 통과됐고 EU집행위의 공정거래 심사도 예상보다 쉽게 넘어갔다.
현재 대만 측의 합병 승인 절차가 진행중이긴 하지만 이미 주요 교역국인 미국과 EU에서 승인 결정이 난 상태이기 때문에 문제 발생 가능성은 거의 없다.
LG반도체에 대한 실사 작업도 사실상 끝맺음 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1개월여 전부터 장동국 부사장(경영지원본부장)과 전인백 전무가 이끄는 LG반도체 인수팀이 대부분의 준비작업을 마무리하고 최근 LG반도체 임원들과의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형식적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인 대금 결제도 예정대로 이루어질 것이 확실해 보인다.
실질적인 경영권 인수 D데이인 2차 중도금 결제 기일이 오는 5일로 다가오고 있고 모두 마감전에 현찰로 지급할 예정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경영권 인수 방법도 내부적으로는 확정된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LG반도체 인수에 앞서 단행된 대대적인 조직 개편작업이 LG반도체 인수 방향을 가늠케 한다.
특히 이번 내부조직 개편작업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반도체 부문의 조직을 인수 대상이 LG반도체의 조직과 유사하게 조정했다는 점이다.
우선 조직명 자체가 LG그룹이 사용하는 전략적사업단위(SBU:Strategic Business Unit)와 사업단위(Business Unit)라는 용어를 도입했다.
반도체 부문은 크게 메모리 사업을 총괄하는 메모리 SBU와 비메모리 사업을 담당하는 시스템 IC SBU로 나누고 각 SBU산하에 제품별로 BU 조직을 두고 있는 것이 현재 LG반도체 조직과 거의 같다.
특히 메모리 SBU를 김영환 사장이 겸임하는 구조로 가져갔다는 점에서 오는 4·4분기 출범 예정인 통합 반도체 법인의 전체적인 윤곽을 짐작케 하고 있다.
법인 통합에 앞서 양사 조직을 동일한 구조로 운영함으로써 판이한 기업문화에서 오는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다만 양사 통합으로 크게 불어나는 임원진의 처리 방향은 아직까지 남아있는 숙제다. 임직원 고용승계 약속과 통합에 따르는 시너지효과라는 이율배반적인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적지 않은 고민으로 남을 전망이다.
<최승철기자 sc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