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의 결정판, 슈퍼 빅딜 등으로 불렸던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의 빅딜이 결국 백지화됐다.
삼성그룹이 삼성자동차를 대우자동차에 넘기는 대신 법정관리신청이라는 방법을 선택함으로써 전자빅딜의 전제조건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7일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의 맞교환을 합의한 지 6개월여만에 슈퍼빅딜은 삼성이나 대우 양측 모두에 커다란 상처만 남긴 채 완전히 무산된 셈이다.
삼성그룹은 30일 삼성자동차에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이건희 회장의 사재 2조8000억원 상당의 삼성생명주식을 출연해 채권자와 협력업체들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법정관리를 통해 경영을 정상화한 다음 매각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그룹은 이같은 내용을 전격 발표한 배경에 대해 비록 빅딜에 대해 합의했지만 이를 성사시킬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이 없는 데다 삼성자동차 처리문제가 장기화할수록 국가경제에 커다란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만일 삼성자동차의 법정관리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삼성자동차는 빅딜 합의 대상인 대우에 넘어가지 않게 되는 것은 물론 경영정상화가 이루어져 매각이 추진되더라도 대우가 아닌 제3자에 매각될 수도 있다고 삼성측은 덧붙였다.
결국 삼성자동차의 법정관리신청은 곧바로 지난해의 삼성과 대우그룹의 빅딜에 대한 합의가 완전히 무산됐음을 의미한다.
빅딜대상의 하나였던 삼성자동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함으로써 이제는 삼성자동차와 사업맞교환 대상인 대우전자의 행보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대우전자는 빅딜발표 이후 생산라인의 가동중단, 바이어 이탈 등 빅딜발표에 따른 심각한 후유증을 겪어왔다. 또 빅딜 반대를 지속적으로 주장하면서 자체적으로 생존을 모색하기 위해 외자유치를 통한 독자경영을 강력히 추진해왔다.
따라서 삼성자동차의 법정관리신청으로 빅딜이라는 굴레 속에서 벗어나게 된 대우전자로서는 빅딜의 후유증에서 벗어나 생존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만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일단 대우전자의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그룹에 잔류하거나 독자경영을 전개하거나 하는 방법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대우그룹에 잔류하는 방안은 이미 부실규모가 밝혀진 이상 독자적으로는 금융을 일으킬 수 없다는 현실론에서 비롯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대우그룹측에서 전자부문을 주력사업으로 삼지 않겠다고 밝히고 대우전자 직원들 대부분이 빅딜과정에서 나타난 그룹측의 태도에 실망하고 있어 정서상으로도 그룹에 잔류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따라서 대우전자로서는 외자유치를 통한 독자경영을 모색할 수밖에 없지만 엄청난 부채를 안고 있는 대우전자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할 자금줄이 쉽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대우전자는 빅딜의 후유증보다 더 큰 시련을 겪을 가능성도 크다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대우전자는 현재 외자협상이 막바지에 와 있으며 이번 빅딜백지화로 외자협상이 급진전돼 조만간 공식적으로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우그룹측도 대우전자 매각협상이 거의 성사단계에 와 있어 7월중으로 협상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증권가에서는 미국의 모 투자기관이 대우전자를 30억 달러에 인수하기 위해 현재 대우전자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이미 실사단을 파견했다는 소문이 지속적으로 나돌고 있기도 하다.
이밖에도 삼성자동차에 이어 대우전자도 마찬가지로 법정관리를 신청하거나 아니면 워크아웃이라는 방법을 통해 기업회생을 모색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이루어진 빅딜발표로 인해 치명적인 타격을 받아왔던 대우전자로서는 이제부터 스스로의 힘으로 이같은 후유증을 극복해야 하는 숙제를 해결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는 셈이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