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선다변화제 오늘부터 폐지.. 국내시장 당분간 "미풍"

 만성적인 대일 무역적자 해소와 취약한 국내산업 보호를 위해 지난 78년 도입됐던 수입선다변화제도가 1일부터 완전 폐지됨에 따라 일본산 제품에 대한 국내시장의 빗장이 모두 풀렸다.

 이는 당초 예정보다 6개월 앞당겨진 것으로 정부가 97년 11월 IMF와의 협상 과정에서 수입선다변화제도 조기 폐지를 약속한 데 따른 것이다.

 1일자로 수입선다변화 대상에서 풀린 품목은 25인치 이상 컬러TV, 이동전화단말기, 35㎜ 카메라, 전기밥솥, 공작기계, 세단형 자동차 등 16개 품목이다.

 이번 노출된 품목 가운데 가전제품과 이동전화단말기는 일본기업에 비해 기술 수준 등에서 차이가 나는 것으로 분석되면서 관련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나 당분간은 실질적인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전제품은 이미 일본이 아닌 제3국 또는 밀수 등을 통해 대부분의 제품들이 국내시장에 나와 있는 상태여서 국산제품이 어느 정도 면역성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당초 우려했던 일본 가전양판점들의 본격적인 국내시장 진출도 일본 국내 양판점간 치열한 생존경쟁과 호주, 동남아 시장에서의 실패 경험 등으로 인해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 주목할 만한 사실은 최근 국내 가전유통방식이 가전업체의 전속 대리점 위주에서 양판점과 창고형할인점, 백화점 등 혼매양판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일본산 가전제품의 입지가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수입선다변화제도 폐지로 인해 국내 소비자들의 일본산 제품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줄어들고 서서히 움직이는 일본 주요가전업체들의 치밀한 시장공략이 먹혀들면서 점차 일본 제품의 점유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전화단말기 분야의 경우도 교세라와 산요 등이 국내 이동전화 서비스사업자와 계약을 맺고 본격 출하를 준비하고 있고 NEC·마쓰시타·히타치 등도 진출을 계획하고 있으나 국내 단말기 제조업체들의 기술력 향상과 시장 포화, 다른 기술 방식, AS문제 등으로 일본업체들의 국내시장 공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당초 저가시장 공략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던 일본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방침을 변경해 고가시장 위주 정책을 펼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고가시장을 공략할 경우 점유율 확보가 어려워 최소한 올해 안에는 국내 이동전화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에서는 이로 인해 일본 단말기 업체들이 한국시장을 또 하나의 거대 CDMA 시장인 중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징검다리 정도로 활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국내에서도 IMT2000 등 차세대 이동전화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