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경우 지상파 방송·위성방송을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에 관한 논의가 부쩍 활기를 띠고 있으나 케이블TV의 디지털화에 관해선 방송계나 정부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케이블TV 프로그램공급사(PP) 가운데 가장 먼저 디지털방송시스템을 도입한 아리랑TV가 스튜디오 설비와 송출 부문을 전면 디지털화해 영어자막방송 등 데이터방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다른 PP들은 경영부진으로 디지털방송에 투자할 만한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최근 들어선 두루넷·하나로통신 등 통신사업자들이 케이블TV망인 광동축 혼합(HFC)망의 450∼750㎒ 주파수대역과 상향대역을 활용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등 케이블 부가서비스의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그러나 방송계 전문가들은 케이블TV업계가 현재의 아날로그 체제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향후 지상파나 위성방송사업자와는 달리 디지털방송에서 제공하는 16 대 9의 와이드 화면을 제공하지 못하고 새롭게 등장하는 첨단 부가서비스를 수용하는 데도 적지않은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미 선진국들은 케이블TV의 디지털화 계획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케이블랩사를 주축으로 케이블TV망을 이용해 고선명(HD)TV의 송출테스트를 실시했으며 상당수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국(SO)들이 표준화질(SD)급으로 디지털방송을 실시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경우 최근 우정성 자문기구인 전기통신심의회가 오는 2010년까지 기간망을 광섬유로 전면 교체해 케이블 디지털화 작업을 완료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SO들의 디지털화 계획도 착착 진행되고 있는데 도쿄케이블텔레비전·요코하마TV·LCV 등 케이블SO들이 지난 97년부터 디지털 실험방송을 실시중이며 가고시마유선텔레비전이 작년부터 디지털방송을 실시하고 있다.
케이블TV망의 디지털화 및 광대역화로 주문형비디오서비스(VOD)·영상회의·초고속 인터넷·전화서비스 등이 전세계적으로 확산 추세에 있으며 개인휴대통신(PCS)사업자와 제휴해 케이블TV망을 PCS의 전송로로 활용하는 방안도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장거리전화사업자인 AT&T가 케이블TV업체인 TCI와 미디어원 등을 전격 인수한 것은 케이블TV망이 ADSL 등의 통신망에 비해 경쟁력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그러나 케이블의 디지털화가 촉진되기 위해선 선결 과제가 적지않다. 특히 케이블모뎀이나 디지털 세트톱 박스의 상호 연동성 및 표준화가 매우 중요하다. 현재 보급되고 있는 가입자 장비인 컨버터나 케이블모뎀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갈 경우 사용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미국은 케이블모뎀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표준규격인 「멀티미디어 케이블 네트워크 시스템(MCNS)」을 제정, 본격 적용에 들어간 상태다.
일본 역시 「디지털 케이블TV 단말기의 오픈제」를 도입, 프로그램가이드 채널(EPG)·가입자관리시스템의 표준화, 케이블TV 단말기의 표준화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케이블TV용 디지털 세트톱 박스나 케이블모뎀 등의 표준화 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와 함께 미국·일본·유럽 등의 국가들은 위성·지상파·케이블 등 매체별로 상이한 오디오 및 비디오 압축규격을 통합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이같은 움직임이 별로 보이지 않고 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