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비아, 사이릭스 "CPU사업" 인수 배경

 대만 비아사가 내셔널세미컨덕터(NS)사의 사이릭스 컴퓨터중앙처리장치(CPU)사업을 전격 인수함에 따라 비아사의 행보에 국내외 반도체 업체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비아사의 이번 인수는 대만의 CPU업체 탄생이라는 상징적인 의미와 함께 CPU공룡업체인 인텔에 대항하겠다는 비아사의 강력한 의지가 표명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비아사는 인텔이 CPU 버스규격을 PC100에서 램버스로 이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말 PC133 규격의 새로운 칩세트 「프로(Pro) 133」을 내세우며 인텔에 대항, 국내외에 널리 알려졌다.

 특히 비아사의 이번 인수는 인텔이 지난 주 미국 지방법원에 비아사가 자사의 「펜티엄Ⅱ」 프로세서 코어인 「P6」 특허권을 무단 침해, 이에 기반한 칩세트 판매를 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고 비아사도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나서는 등 두 회사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발표돼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비아사는 「프로 133」칩세트를 NS사를 통해 생산, 판매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NS사가 사이릭스사를 인수하면서 사이릭스사와 인텔이 체결한 「P6」에 대한 크로스 라이선싱계약 내용을 승계했기 때문에 비아사는 NS사에 로열티를 지불하면서까지 인텔의 특허침해를 피하기 위해 NS사를 통해 「프로 133」을 생산해 온 것이다.

 따라서 이번 인수는 비아사가 CPU사업을 독자적으로 펼치겠다는 점보다 인텔과의 특허분쟁을 원천적으로 해결, 향후 사이릭스 CPU를 통한 칩세트 판매 확대에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다.

 또한 CPU설계가 칩세트의 세부개발 내용에 선행하므로 CPU아키텍처를 보유하지 않고는 칩세트의 개발과 판매에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사이릭스 CPU에 기반한 칩세트를 개발해 입지를 넓히겠다는 것이 비아사의 복안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추측이다.

 그러나 비아사가 이번 인수를 통해 NS와 인텔이 맺은 크로스 라이선싱계약을 그대로 승계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인텔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비아사가 사이릭스 칩을 인수했더라도 인텔과 NS가 맺은 「P6」관련 크로스 라이선싱계약이 그대로 승계되는 것은 아니다』며 『인텔과 비아가 이에 대해 다시 협상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는 비아사와 NS사간의 세부 인수내용이 발표되는 다음달 이후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비아사의 국내시장 직접 진출도 예상된다.

 사이릭스의 일부 CPU가 올초 삼보컴퓨터의 「e머신즈」에 채택, 판매량이 늘고 있고 국내 메모리 반도체업체와의 협력관계 구축을 위해서는 현재의 대리점 체제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국내에 지사 또는 법인을 설립할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에서는 비아사의 행보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직접적인 관계를 맺지는 않았지만 이번 사이릭스 인수로 비아사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지고 국내 반도체 및 PC시장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홍식기자 h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