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빅딜 백지화" 가전3사 반응과 대책

 빅딜 백지화는 국내 가전업계 및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삼성자동차의 법정관리신청으로 삼성전자의 대우전자 인수가 무산됨에 따라 삼성전자와 대우전자는 물론 LG전자 모두 앞으로 국내 가전시장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구나 전자 3사 모두 그동안 빅딜을 기정사실화하고 나름대로 이에따 른 대책을 준비해왔 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빅딜 백지화로 인해 가전산업전략의 수정 또한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빅딜 백지화에 따른 업체별 반응과 앞으로의 가전사업 전개방향을 진단해 본다.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빅딜 백지화에 대해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대우전자 인수문제는 자신의 문제가 아닌 그룹차원의 결정에 의해 이루어지는 일 정도로 치부해 그룹의 결정을 기다리는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해온 데다 이미 그룹차원에서 대우전자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계속적으로 표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빅딜 백지화는 삼성전자에는 또다른 대규모 구조조정의 시작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는 빅딜로 인해 중단된 중장기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마련해야 하며 자동차인력 흡수에 따른 인력처리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일관되게 반도체와 정보통신을 집중적으로 육성한다고 밝혔으며 삼성자동차의 법정관리를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이를 다시 한번 강조해 이번 빅딜 백지화는 종전계획을 그대로 밀고 나갈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해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빅딜 이전에 가전사업을 한계사업으로 지목해 매각이나 외자유치에 따른 분사 등을 추진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가전사업에 대한 처리문제가 또다시 수면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또 삼성전자의 몫으로 알려진 1000여명의 삼성자동차 인력 중 이미 400 여명을 흡수하면서 지난해 이루어졌던 대대적인 인력감축의 효과가 사라진 데다 대우전자 인수단에 파견된 60여명의 인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지난해와 같은 대대적인 조직 및 인력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LG전자

 LG전자는 빅딜 발표로 전자 3사 중 가장 많은 혜택을 누려온 게 사실이다.

 빅딜 발표로 대우전자의 생산과 유통이 일시적으로 가동이 중단되면서 대우전자가 차지하고 있는 시장점유율을 LG전자가 흡수해왔기 때문이다.

 해외쪽에서도 대우전자의 상황에 불안을 느낀 바이어들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파트너로 LG전자를 선택하면서 올들어 LG전자의 수출도 큰 폭으로 증가해왔다.

 대우전자 직원들은 LG전자가 대우전자의 상황을 이용해 대우전자 바이어들을 집중공략하고 있다며 인수업체인 삼성전자보다는 LG전자를 더욱 강도 높게 비난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빅딜 백지화로 인해 LG전자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누려온 이익을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LG전자측은 『빅딜로 인해 상대적으로 판매량이 다소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2사체제보다는 3사체제로 운영되는 것이 소비자들이나 국내 가전산업이 발전하는 데는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며 빅딜백지화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시중의 소문대로 대우전자가 외국기업에 매각될 경우에 국내 가전업계로서는 내수시장에서 과거보다 더욱 힘든 싸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따라서 LG전자는 지난해부터 추진해오고 있는 외자유치 등을 통한 합작사 설립 등 가전사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해 보다 강도 높은 자구책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전자

 대우전자는 빅딜 백지화에 대해 독자경영으로 가는 물꼬를 텄다는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동안 빅딜 대상업체라는 억울한 처지에 내몰려 외자유치가 진전되지 않았지만 빅딜 백지화로 외자유치가 급진전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우전자 관계자들은 대규모 외자유치를 기정사실화하면서 7월중에는 이행각서(MOU)를 교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 거론되고 있는 대우전자의 자구계획은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추진하고 있는 외자유치를 통한 합작사 설립이 아닌 외국기업으로의 완전매각이라는 형태를 띠고 있다는 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외자유치규모가 30억 달러 이상일 것이라고 그룹관계자가 밝히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단순히 지분의 몇 %를 투자하는 것이 아니고 대우전자의 경영권을 넘겨주는 완전 매각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만일 이같은 대규모 외자유치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대우그룹이 현재 4조원을 상회하는 대우전자의 부채를 안고 국내 및 해외공장 등 자산 전부를 매각하는 형태가 되지 않겠느냐고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형태로 대우전자가 매각된다면 대우전자는 국내 기업이 아닌 외국기업으로 변신하고 이에 따른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수적으로 수반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양 승욱기자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