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객장 활기 넘친다

 직업상 해외출장이 많은 박씨. 어느 때는 한달의 반 이상을 외국에서 보낸다. 그래서 주위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주식투자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내리는 장세에 맞춰 매수나 매도주문을 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증권회사에서 제공하는 홈 트레이딩 프로그램을 노트북에 설치한 뒤로는 언제, 어디에 가든지 걱정이 없다. 이젠 지구 반대편에 가서도 인터넷만 연결하면 얼마든지 원하는 주식을 원하는 만큼 사고 팔 수 있다.

 매도 시점을 맞추기 위해 연신 모니터만 들여다보지 않아도 된다. 얼마 이상 오르면 주식을 팔라고 옵션을 걸어놓았기 때문이다.

 주가지수가 900선을 오르내리고 증권회사의 고객예탁금이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증권사 객장은 의외로 한가하다.

 객장의 고객용 소파에 앉아 뚫어져라 전광판을 쳐다보고 있거나 담당자를 붙잡고 추천종목을 문의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박씨처럼 인터넷에 접속해 주가지수를 조회하고 주문을 내는 사이버 고객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중 사이버 증권거래 규모는 23조9000억원, 98년 1년동안의 사이버 증권거래 규모가 22조4000억원이었음을 감안할 때 폭발적인 증가인 셈이다.

 거래규모도 전체 시장의 12.5%를 차지하고 있다. 올 연말까지 사이버 주식거래 규모가 300조∼500조원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이미 세종증권 등 일부 증권사의 경우 전체 약정액의 70% 이상이 사이버 공간에서 거래될 만큼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인터넷 이용인구가 급증한 데다 각 증권사들이 인터넷을 통한 거래수수료를 대폭 인하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이미 인터넷을 이용한 주식거래가 일반화된 상태. E트레이드(http://www.etrade.com), 찰스 스왑(http://www.schwab.com) 등 200개 이상의 인터넷 증권업체들이 저렴한 비용과 다양한 서비스를 무기로 주식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있으며 최근에는 미국 최대의 증권기업인 메릴린치까지 사이버 증권 시장에 뛰어들었다.

 미국의 조사전문기관인 IDC는 2002년 인터넷 증권거래 시장규모가 올해 12억8000만달러보다 4배 가량 증가한 5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교보증권 정해범 이사는 『우리나라도 3년 내에 전체 약정고의 30%, 5년 후에는 전체 약정고의 50% 이상이 인터넷을 통해 거래될 것』이라며 『얼마나 많은 사이버 고객을 끌어모으느냐가 증권사의 성장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이버 증권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국내 증권사들도 사이버 증권 서비스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신증권, 삼성증권, LG증권, 대우증권 등 각 증권사들은 자체 웹사이트의 정보를 보강하고 이용자들이 보다 쉽게 다양한 증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 기능을 대폭 개선했다.

 뿐만 아니라 ARS나 휴대폰, 무선호출기, PDA 등 홈 트레이딩을 지원하는 채널도 다양화하고 있다. LG증권은 에어포스트를 통해 다양한 증권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달부터 PDA와 스마트폰을 이용한 증권정보 서비스인 「사이버 파발마」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삼성증권도 휴대폰을 통한 증권정보서비스를 개시했으며 대신증권 역시 LG텔레콤과 공동으로 휴대폰을 이용한 증권정보 서비스 제공을 추진중이다. 사이버 증권 이용이 늘어남에 따라 증권사의 모습도 바뀌고 있다.

 주식시세를 알려주는 대형 전광판과 소파 대신 2∼3명의 상담원이 컴퓨터와 전화로 고객의 요구를 처리하는 소형점포가 늘어나고 있는 것. LG, 삼성 등 각 증권사들은 PC게임방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고객들이 게임방에서 증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또 세종증권은 오는 8월까지 현재 4개인 사이버 영업점을 수도권을 중심으로 17개로 늘릴 계획이다.

 또 대신증권 등 일부 증권사들은 투자전문회사를 증권대리점으로 활용, 이들 투자전문업체가 고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정보와 상담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또 인터넷을 이용한 주식공모도 추진되고 있다.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골드뱅크커뮤니케이션즈는 지난 98년 기존 회원을 상대로 공모주 청약을 실시한 결과 총 1485명으로부터 1만9800주의 주식청약을 받아 9억9000만원의 재원을 마련했다.

 하나로통신도 지난 98년 소규모지만 인터넷을 통해 주식청약을 실시했다.

 이외에 몇몇 벤처기업들을 중심으로 인터넷을 통한 주식공모가 추진되고 있다.

 인터넷 주식청약은 아직 법적인 규제 등으로 인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지만 외국의 사례 등을 고려할 때 조만간 국내에도 본격적으로 도입될 전망이다.

 특히 은행과 증권회사간의 직접 전자결제가 가능해지면 이같은 사례는 더욱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그렇게 되면 인터넷이 주식거래의 모습뿐만 아니라 증권회사의 미래까지 바꿔놓을 전망이다. LG증권 송홍섭 본부장은 『앞으로 1위가 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증권업체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수수료 인하를 단행하고 과감하게 시스템 확장에 투자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장윤옥기자 yo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