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국내에도 위탁매매를 전문으로 하는 사이버 증권사가 설립될 전망이다. 위탁매매 전문 사이버 증권사는 주식매매의 중개를 전문으로 하는 증권사로 별도의 지점을 개설하지 않고 사이버 공간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 미국의 E트레이드(http://www.etrade.com)사나 찰스스왑(http://www.schwab.com), 피델리티(http://www.fidelity.com), 워터하우스(http://www.waterhouse.com)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들 사이버 증권사는 대형증권사에 비해 95%나 싼 수수료와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온라인 증권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찰스스왑의 경우 주식의 시가총액이 세계적인 투자전문업체인 메릴린치보다 높은 400억 달러를 넘어설 만큼 성공을 거뒀다.
이처럼 사이버 증권사가 성공을 거두자 국내에도 사이버 증권사 설립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사이버 증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업체는 10여개. 골드뱅크가 수수료를 받지 않고 광고 등의 수입만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버 증권회사를 설립하겠다고 밝혔으며 한글과컴퓨터 역시 사이버 증권업 진출을 선언해놓고 있는 상태. 이외에 중앙종합금융·나라종합금융·한국종합기술금융 등도 사이버 증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또 외국 사이버 증권사의 국내 진출 움직임도 활발하다. LG그룹이 이미 미국의 E트레이드사와 공동으로 사이버 증권사를 설립하기로 합의했고 굿모닝증권이 찰스스왑과 공동으로 사이버 증권사 설립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증권 역시 자본금 100억원 규모의 사이버 증권사를 개설키로 하고 미국의 사이버 증권사와 제휴계약을 추진중이다.
이미 지난 5월 정부는 자본금 30억원만으로 위탁매매 전문증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한 증권거래법 시행령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관계자들은 증권감독원 등 관계기관들의 시행세칙이 개정되는 8월초쯤이면 사이버 증권사들이 영업을 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본격적인 사이버 증권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그러나 사이버 증권사의 미래가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게 증권회사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미 많은 증권회사들이 사이버 수수료를 내릴 만큼 내린 상태입니다. 현재 수수료가 1%인 상태에서 더 낮출 수 있는 범위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적은 수수료로 이를 충당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세종증권 노규식 이사의 말이다. 사이버 증권사의 가장 큰 경쟁력은 싼 수수료인데 이미 국내 증권사간 사이버 경쟁이 치열해 요금인하의 여지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보안이나 시스템 안정성 등에 대한 고객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서비스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돼야 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미국만 해도 거래 폭주로 인해 시스템이 마비되는 일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찰스스왑의 경우 올 1·4분기에 6번의 시스템 장애가 있었으며 E트레이드 역시 5번의 시스템 장애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은 고스란히 고객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시스템 장애로 발생한 손실 문제가 법정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증권사의 전산관계자는 『각 증권사들이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해 네트워크의 설계를 이중화하고 백업시스템을 갖추고는 있지만 외국과 비교하면 아직도 부족하다』며 『우리도 거래자료의 복수보관이나 거래정보의 암호화 등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외에 증권사간 증권거래소 가입비 등 추가 비용부담이 크고 직접 재산을 관리할 수 없다는 점도 사이버 증권사의 미래를 낙관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대신증권 김영철 사이버영업팀장은 『앞으로 소규모 무점포를 표방하는 사이버 증권사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며 『중소 증권업체들이 사이버 증권사로 변신하는 등 사이버 증권 서비스를 놓고 기존 증권사간의 합종연횡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 속에 앞으로 탄생할 사이버 증권사가 어떤 모습으로 자리를 잡을지 자못 귀추가 주목된다.
<장윤옥기자 yo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