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Old) 미디어」로 분류되고 있는 라디오방송에도 디지털 바람이 솔솔 불어오고 있다.
물론 현재도 FM주파수대역을 활용해 디지털위치정보시스템(DGPS), 증권 시세정보 등 데이터방송 서비스가 가능하지만 앞으로 라디오방송의 디지털화가 이뤄지면 우리가 향유할 수 있는 서비스의 질은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KBS는 2001년 지상파 디지털방송과 함께 디지털 라디오인 「디지털오디오방송(DAB)」도 같이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KBS기술연구소는 유럽의 DAB 표준인 「유레카147(Out of Band)」 방식을 채택해 DAB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북미 표준인 「인 밴드(In Band)」 방식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국내에 DAB 서비스가 도입되기 위해선 우선 국내 표준제정이 시급한 과제다. 이와 관련해 정보통신부는 올해 11월까지는 DAB 분야 국제 표준인 「유레카147」과 「인 밴드」 방식 등의 장단점을 비교 분석해 국내 실정에 적합한 DAB 표준을 제정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어느 방식을 국내 표준으로 제정하느냐에 따라 국내 DAB의 위상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KBS기술연구소가 시험중인 「유레카」 방식은 유럽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상용화된 기술인데 기존의 라디오방송 주파수대역인 FM대역이 아니라 TV채널대역을 포함한 비FM주파수대역을 활용하고 있다. 통상 「유레카」 방식은 채널당 1.5㎒ 정도의 주파수대역을 사용하기 때문에 CD 수준의 음질은 물론 문자방송·무선호출·정지영상 등 멀티미디어 데이터전송 서비스가 가능하다. 이 정도의 서비스가 제공된다면 이미 라디오 매체라고 보기는 힘들다.
기존의 FM방송 한 채널이 차지하고 있는 주파수대역이 스테레오의 경우 250㎑인 점을 감안하면 DAB의 주파수대역은 매우 광범위하다. 이 때문에 각종 첨단 부가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물론 위성을 이용한 DAB 서비스도 가능하다. 그러나 위성 DAB는 수신기를 차량에 탑재할 경우 DAB 방송을 이동하면서 수신해야 하는데 안테나 트랙킹 기술을 확보하기 쉽지 않고 위성의 출력도 높아야 하기 때문에 도입을 위해선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유레카」와 경쟁관계에 있는 「인 밴드」 방식은 현재 미국에서 개발중인 기술인데 아직 상용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 방식은 기존의 FM방송용 주파수대역 가운데 사용하고 있지 않은 빈공간을 이용해 디지털방송을 내보내는 것으로 기존의 FM 주파수대역을 재활용한다는 측면에서는 유레카보다는 유리하지만 아직 기술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특히 기존 FM채널과의 혼신 가능성은 충분히 검토되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는 「인 밴드」 방식 외에 위성을 이용한 디지털라디오 서비스인 DARS(Digital Audio Radio Services)가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CD라디오사가 위성을 이용해 뉴스와 음악채널 등 100개의 채널을 제공한다는 방침 아래 올 8월께 위성을 발사할 에정이며 XM새털라이트 라디오사도 오는 2000년경부터 400달러 정도의 수신기 가격과 5∼10달러 정도의 월이용료를 받고 DARS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메릴린치사는 미국 DARS시장이 2000년에 100만명, 2004년에 156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