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불공정 외주계약 "도마위에"

 독립 제작사들의 이익 단체인 TV제작사협회(회장 민용기)가 KBS의 외주 정책에 대해 공식적으로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TV제작사협회는 최근 KBS와 독립제작사간에 이뤄지는 불공정 계약 사례를 수집, 이를 시정해줄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KBS측에 접수시켰다.

 이처럼 독립제작사들이 KBS측의 외주 정책을 집중 성토하고 나선 것은 지난 2월26일 KBS가 「외주 제작사 간담회」를 통해 △합리적인 외주 제작비 산정 및 표준 계약서 마련 △제작사의 2차 제작 활용권 보장 △편성확정시 계약완료 유도 등 외주 제작 정책의 기본방향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최근 KBS가 KBS제작단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외주 프로그램의 상당 부분을 제작단에 배정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KBS와 독립제작사간 불협화음을 증폭시키고 있다.

 우선 KBS와 독립제작사간에 체결되는 외주 계약서가 KBS측에 너무 유리하게 돼있다는 게 독립제작사들의 최종 결론이다. 현행 계약서는 모든 권리와 권한을 KBS측에서 갖도록 한 데 비해 독립제작사들은 의무와 책임만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협회측은 KBS의 승인을 받아 기획 및 제작된 제반 사항들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경우에는 책임 역시 합리적인 비율에 따라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계약기간 중 담당 PD가 교체 또는 변경될 경우 동일 프로그램에 대한 시사와 평가 기준이 달라져 부적절한 시정·보완 요구가 이뤄지는 사례도 적지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협회는 또한 KBS가 항목별 표준단가를 제시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제작비를 결정하거나 방송후 제작비 지급기간을 명시하지 않아 독립제작사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MBC가 제작비 지급기한을 명시하고 표준단가도 제시하고 있는 것과는 크게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KBS측의 귀책 사유로 납품한 프로그램을 제 때 방송하지 못할 경우 독립제작사들의 청구시 편당 제작비의 70%까지 지급할 수 있도록 한 규정도 제작사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MBC는 방송일자로부터 1개월 이내에 납품된 프로그램의 제작비 전액을 지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정한 기일내에 프로그램을 납품하지 않아 계약이 해지될 경우 방송되지 않은 잔여 프로그램 제작비의 2배에 상당하는 금액을 배상토록 한 것도 너무 가혹한 독소조항이라는 주장이다.

 납품후 계약이 이뤄지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현재 신설 또는 공모를 통해 제작되는 「오픈」 프로그램의 경우 「구두약속→납품→방송→계약」의 순서로 외주의 흐름이 진행되고 있는데, 프로그램의 제작비가 당초 약속과 달리 계약서 작성시 삭감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고, 제작비 결정이 지연돼 영세 제작사들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잦은 결방도 독립제작사들의 불만요인이 되고 있다. 현행 계약서는 편성여건에 따라 실제 제작편수의 방영을 증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편성상의 이유」로 결방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해당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 투입된 비용을 건지지 못하고 운영비만 고스란히 날려버린 채 이의 제기도 못하는 게 제작사들의 현주소라는 지적이다.

 독립제작사들은 재방에 대해서도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KBS는 내부 제작물이 재방될 경우 작가에게 일정률의 재방료를 지급하고 외부 제작물이 비디오로 판매될 경우에도 참여한 작가에게 작가료를 지급하고 있으나 독립제작사에는 재방료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비해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30%수준의 재방료를 제작사에 지급하고 있다고 협회는 지적하고 있다. 이밖에 이행보증보험증권을 제출토록 하는 조항을 두거나, 2차 저작권을 폭넓게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도 독립제작사의 사업 의욕을 꺾는 대표적인 사례다.

 TV제작사협회는 이같은 불공정 거래관행을 시정하기 위해선 KBS측에 △표준계약서 제시 △선계약 후납품 시스템의 확정 △계약서에 명시된 제작편수의 90%이상 납품 및 방영 보장 △2차 활용권의 제작사 양도 △30%에 해당하는 재방송료 지급 △이행보증보험 제출의무 면제 등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