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거래가 많은 L씨는 이제 일일이 거래은행을 찾아가지 않고 대신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S은행 홈페이지에 들어간다. 초기 인터넷뱅킹 거래화면이 뜨면 자신의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전자지갑 상의 지난달 거래내역을 훑어본다. 월급날에는 정기적금으로 20만원이 K은행에, 보험금 5만원이 H보험에, 카드사용 대금 10만원이 M카드에 자동으로 입출금된 내역을 확인한다. 평소 주식을 통한 재테크서비스 코너에 관심을 가져온 터라 최근 부상하고 있는 인터넷회사인 I사의 투자가치에 대해 상담을 벌여 즉석에서 100주를 구입키로 결정하는 수완도 발휘한다. 또 대출상담서비스 코너에 들어가서는 주택 구입시 대출금 이자와 중도금 상환에 관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놓고 어떤 것이 유리할지 상담도 벌인다.
지난 1일 전자거래기본법과 전사서명법이 발효됨에 따라 인터넷으로 금융거래를 하는 「인터넷뱅킹시대」가 활짝 열렸다.
신한·한빛·기업·한미·하나·국민·주택·농협·광주 등 9개 은행이 한국통신의 가상은행시스템인 「뱅크21세기」를 가동, 지난 1일부터 시범서비스에 들어갔으며 일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들도 잇따라 이 대열에 참여할 계획이다.
이제는 웬만한 은행거래는 컴퓨터 화면상에서 마우스 하나만으로 모두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자금이체는 물론 계좌 조회, 거래내역 확인, 예약송금, 대출이자 납입, 현금서비스 등은 안방에 앉아서도 가능하다.
은행거래뿐 아니라 주식투자, 보험가입, 신용카드 서비스, 증권거래 서비스, 보험청약·거래 서비스 등도 가능하다. 이는 물론 카드사와 증권사·보험사 등 업체간 업무제휴에 따른 결과다. PC뱅킹에서는 어느 한 은행과 거래를 하다 다른 서비스를 받으려면 일일이 화면을 바꿔가며 찾아다녀야 하나 인터넷뱅킹에서는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이러저리 옮겨다닐 수 있다.
최근에는 재테크·쇼핑몰·대출상담·유산상속 등 관련서비스까지 등장해 인터넷뱅킹이 종합뱅킹서비스로 탈바꿈하고 있다. 바야흐로 인터넷뱅킹이 시공간을 초월해 사회변혁을 주도하는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텔레뱅킹이나 PC뱅킹이 음성 혹은 텍스트만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데 반해 인터넷뱅킹은 3차원 화면을 직접 보면서 거래를 확인하고 서명하게 된다』며 『거래사실과 서명을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텔레뱅킹이나 PC뱅킹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의 파급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이버 거래와 마찬가지로 해킹당할 경우 대형 금융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위측은 은행들이 시스템 설계시 이를 면밀히 따지기 때문에 금융사고의 위험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복잡한 인증제도와 은행 자체의 방화벽 혹은 원타임패스워드와 같은 복잡한 암호체계 등 다중의 보안장치가 갖춰져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현 수준의 보안시스템은 얼마든지 해킹당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터넷뱅킹의 거래규모가 커지게 되면 전문해커들이 침입, 각종 금융정보를 빼내거나 전산망 운영을 불능의 상태로 빠뜨릴 위험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박승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