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V" 20년만에 부활

 『달려라 달려∼로보트야, 날아라 날아∼태권브이….』

 30, 40대가 되어서도 그 주제가를 잊지 않고 흥얼거릴 수 있는 어린시절 추억 속의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V」가 20여년이 지나 우리 곁에 다시 찾아 온다.

 스튜디오V(대표 박현식)는 앞으로 8년여 동안 총 200여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1세기형 로보트 태권V를 소재로 한 TV애니메이션 시리즈 2편과 극장용 장편 만화영화 2편을 제작하는 「로보트 태권V 부활 프로젝트」를 지난 1일 발표했다.

 지난 76년 국내에 애니메이션이라는 개념조차 미약했던 당시, 서울 관객 18만이라는 만화영화 사상 전무후무한 관객동원 기록을 낳기도 했던 「로보트 태권V」는 지난해 프랑스 월드컵 예선전에서 한국응원단이 일본 만화영화 「마징가Z」에 대응하는 의미에서 태권V의 주제가를 응원가로 부르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기 시작한 것. 여기에 올 초 신세대 힙합 그룹 지누션이 「태권V」라는 이름의 새 앨범을 발표하고 놀이공원·백화점 등 도처에서 「로보트 태권V」 재상영 바람과 유실 필름 찾기 운동을 벌이면서 「태권V」 복원 바람은 본격화 됐다.

 이같은 관점에서 이번 「로보트 태권V 부활 프로젝트」에 거는 기대와 관심은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70년대 직접 제작을 맡았던 김청기 감독과 유현목 감독이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박시옥·김석민 등 신세대 애니메이션 감독들과 호흡을 맞춘다는 데서도 결과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 규모도 대단하다. 2000년 말부터 방영을 시작할 예정인 26부작 1차 TV시리즈는 이미 모 창업투자회사에서 약 50억원의 제작비를 지원하기로 했고, 캐릭터·게임 등 여타 부가사업도 함께 추진중이다. 2001년 태권V 탄생 25주년을 맞아 개봉 예정인 극장용 장편과 이후 2차 TV시리즈 및 2006년 30주년 기념 장편은 모두 해외자본을 끌어 들여 제작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로보트 태권V 부활 프로젝트」는 지난해 먼저 속편 제작을 시도했으나 자금조달 관계로 계약이 파기돼 중도하차한 신원프로덕션(대표 유성웅)에 대한 김청기 감독측의 보상문제가 남아 있는 데다, 전체 20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또 정의감과 애국심의 표상인 「로보트 태권V」가 새 밀레니엄 시대의 차세대 관객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을 지도 새로운 신화창조의 어려움으로 지적되고 있다.

 수많은 애니메이션 프로젝트가 용두사미 꼴로 사라지는 열악한 국내 제작 환경에서 「태권V 부활 프로젝트」에 거는 기대감은 꼭 그만큼 한 우려감도 동반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