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고전일수록, 더욱이 작품에 대한 인지도가 높을수록, 새롭게 만들어지는 작품에 대한 주요 관심사는 얼마나 새로운 해석이 그 속에 자리잡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원작자인 에드가 라이스 버로가 1912년 「Tarzan of The Apes」를 발표한 이후 47번이나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타잔」의 이력은 그만큼 「어떤 타잔을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과제를 무겁게 안고 있는 작품이다. 월트 디즈니에 의해 애니메이션으로 탄생된 「타잔」은 그 숙제를 스피디한 액션과 가족애로 해결했다. 재미와 감동은 있지만 기본 틀에 대한 답습을 고집하는 지극히 월트 디즈니다운 자신만만한 선택인 셈이다.
문명에 대한 비판을 영화 속으로 가져왔던 기존의 실사영화들과 달리 애니메이션 「타잔」에서 문명은 단지 호기심의 대상으로 전락할 뿐 타잔이 싸워야 할 대상은 아니다. 대신 이 영화는 가족과 사랑을 영화의 키워드로 삼고,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타잔의 방황과 갈등을 영화의 핵심적인 요소로 끌어들인다. 자신을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는 고릴라 무리의 지도자 커착과의 갈등도 결국은 타잔이 고릴라들을 구하기 위해 밀림으로 돌아오고, 커착이 죽기 직전 타잔을 아들로 받아들임으로써 화해된다. 폭력적이며 이기적인 인간에게 분노하며 결국 다시 고릴라들에게 돌아오는 타잔의 모습은 「또 하나의 인류」라고 표현한 카피답게 인종차별에 대한 경계의 메시지를 주기도 한다.
애니메이션 「타잔」은 우연히 아프리카에 버려져 고릴라들의 손에서 자라게 되는 타잔의 성장과정과 그가 문명세계에서 온 제인을 만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는다. 애니메이션의 주 관객 층이 어린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타잔의 성장과정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 것은 적절한 전략으로 받아들여진다. 「타잔」의 매력은 역시 노래와 현대적인 감각을 통해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충분히 살려낸 스피디한 액션이다. 필 콜린스의 노래는 마치 뮤지컬을 보듯 영화의 내레이터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 내고 있으며, 타잔의 친구들이 캠프에서 벌이는 소동 역시 「난타」의 모티브를 멋지게 응용한다. 타잔이 나무를 타는 장면이나 제인이 원숭이 무리에게 쫓기는 장면, 표범과의 격투신 등은 월트 디즈니가 「디프 캔버스 기법」이라고 명명한 애니메이션의 역동적인 느낌이 가장 실감나는 부분이다. 정글을 종횡무진하는 타잔의 움직임은 마치 스키나, 스노 보드를 타듯 다이내믹하다. 만화라고 하지만 고릴라의 생태계를 묘사한 부분은 사실 세심할 정도로 다큐멘터리적인 관찰이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결국 「타잔」은 높은 기술적 완성도와 탁월한 마케팅 전략이 빚어낸 또 하나의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엄용주·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