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국내 가전시장에 일대변화가 예고되면서 가전업체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전개될 시장환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달부터 수입선다변화제도가 해제돼 일본산 가전제품의 국내 유입이 자유로워지면서 완전 경쟁시대에 접어들고 오는 8월부터는 지난 1년간 한시적으로 적용해온 국산 가전제품에 대한 특별소비세율 30% 인하조치가 예전 수준으로 환원돼 품목에 따라 5∼9%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한 9월부터 주요 가전제품에 대한 권장소비자가 표시금지제가 실시돼 소비자들의 구매행태 및 소비자가격구조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전업계는 시장 수성이나 새로운 가격정책 및 마케팅전략을 수립해야하는 데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지만 시장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해답을 구하지 못해 상황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이달부터 25인치 이상 컬러TV·VCR·전기밥솥·이동전화기를 마지막으로 지난 77년부터 대 일본 무역역조 해소 및 국내산업 보호의 버팀목이었던 수입선다변화제도가 완전 해제됨에 따라 일본산 가전제품들의 한국시장 공략이 본격화된다.
일부에서는 국내 가전산업의 경쟁력이 상당한 수준인데다 유통도 폐쇄적이기 때문에 별다른 시장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하지만 세계 최고의 성능과 상품력을 가진 일본산 가전제품이 국내 시장을 잠식해나갈 것은 자명해 보인다.
실제 지난 1월 수입선다변화 품목에서 해제된 일본산 캠코더는 수입이 폭증하면서 시장점유율이 40%에 육박하고 있다. 앞으로도 프로젝션TV·와이드TV·완전평면TV·디지털TV·하이파이 VCR·DVDP 등 최고급 일본산 영상기기들이 국내 대형TV시장과 VCR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이에 국내 가전업계는 프로젝션TV 및 차세대 고급TV의 개발과 모델다양화에 주력하는 한편, 25∼29인치 완전평면TV를 수입선다변화 해제에 대응할 전략기종으로 육성하고 안정적인 유통체계를 유지한다는 지극히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다.
또한 가전제품에 대한 특소세율이 8월부터 1년 전 수준으로 환원되고 9월에는 5개 가전품목에 대한 권장소비자가격 표시가 금지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TV·VCR·냉장고·세탁기·오디오 등에 대한 특소세율이 출하가의 10.5%에서 15%로 환원되면 약 5%의 소비자가 인상요인이 발생하고 에어컨의 경우에도 특소세율이 21%에서 30%로 되돌아가면 약 9%의 소비자가 인상을 피할 수 없다며 이로 인한 수요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높은 가격을 표시한 뒤 값을 대폭 깎아주는 할인행사를 남발해 소비자 혼란을 부추겨온 TV·VCR·오디오·세탁기·유선전화기에 대한 권장소비자가격 표시가 금지됨에 따라 가전제품 구매행태에 적지않은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업체들이 주도하던 가격할인행사가 자취를 감추게 됨은 물론이고 가격결정권이 유통업체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소비자들도 구매결정을 위한 가격지표로 활용해온 권장소비자가격이 표시되지 않기 때문에 각 유통점의 가격정보를 폭넓게 취득한 후에나 구매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가전업계는 적절한 가격인상폭과 유통마진폭을 찾는 데 부심하고 있는데, 제품 출하가를 지표가격으로 부각시키는 한편 다양한 유통경로별로 차별화된 제품을 운용해나간다는 계획이다.
권장소비자 가격이 폐지되면 소비자들이 각 상품별로 비교검증해본 후 구매하는 추세가 증가하기 때문에 유통경로별로 판매할 제품의 디자인이나 모델명 등을 차별화해야 한다는 것. 즉 같은 규격 및 기능의 제품 중에서 최고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해나간다는 전략이다.
수입선다변화 해제나 특소세율 환원, 권장소비자가격 표시금지 등 잇단 가전시장의 환경변화에 국내 가전업계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