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경영전반에 때 아닌 디지털 회오리가 몰아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21세기를 앞두고 조직, 인사제도에서부터 마인드까지 디지털로 재무장하고 있다.
국내 경제를 리드하고 있는 양사가 디지털 경영에 경쟁적으로 나섬으로써 이제 세계경제의 가장 큰 흐름인 디지털화에 대응치 않고서는 이미 디지털 시대로 규정된 21세기에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마저 던져 주고 있다.
삼성전자가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모든 결재를 전자문서로 대체하고 디지털 경영을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해 전임원을 대상으로 디지털 이론과 실제를 배우는 「디지털 현장방문」행사를 벌이고 있다.
전자산업의 패러다임이 디지털로 전환되고 있는 데 맞춰 경영 문화를 구축하고 현장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윤종용 사장의 지론에서 비롯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처럼 임직원들에 대한 마인드 제고와 함께 중장기 사업계획도 「디지털 시대의 가치창조 기업」이라는 슬로건 아래 소프트, 시스템, 서비스라는 핵심요소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디지털 사업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한 첫발로 디지털 시대에서 세계적으로 히트할 수 있는 상품개발을 위한 「히트상품 개발 전담(VIP:Value Innovation Program)센터」를 개설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포괄적으로 디지털 경영에 접근하고 있다면 LG전자는 구체적으로 디지털 경영이념을 실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미 새로운 경영이념을 디지털LG로 전환한 LG전자는 디지털 시대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경영시스템 및 조직문화의 구축과 사업구조를 디지털 중심의 네트워크형 구조로 개편한다는 장기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스톡옵션 등 디지털 시대의 핵심 전문인력 확보와 우수 인재 육성을 위해 차별적이고 파격적인 보상 프로그램을 도입,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더해 노동조합도 새로운 경영이념인 「디지털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디지털경영」을 새로운 노사관계의 공동목표로 선언하기도 했다.
이처럼 양사가 디지털 경영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디지털 시대에 앞서가야 할 전자업계의 대부로서 디지털 기술융합과 시장발전을 주도하는 21세기의 초우량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조직 및 인사, 의식 등 경영전반에 걸친 혁신과 이에 대한 확고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에 따른 이같은 급속한 조직 및 인사, 의식의 변화가 기존의 질서와 제대로 융합할 수 있는가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의 기업환경이 아날로그 수준에 머물러 있고 임직원들의 마인드 또한 변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급속한 제도의 전환은 국내 기업들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꼽혀왔던 조직의 인화와 단결을 해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동안 국내 전자산업을 이끌어온 아날로그 제품에 대한 철저한 무시는 현재 국산 전자제품 수출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산 전자제품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되고 있기도 하다.
국내 전자산업을 이끌어 가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경영이 과연 한국적 기업환경에서 성공적으로 접목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