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PC리사이클링 법제화 추진
올초 유럽연합(EU) 산하의 유럽위원회(EC:European Commission)는 전세계 PC제조업체들이 PC와 주변기기를 회수하고 리사이클이 더욱 쉽게 제품을 디자인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의 초안을 발표했다. EC는 PC의 환경마크 부착을 골자로 하는 최종안을 유럽의회(EP)에 제출, 올 가을 투표에 부친다는 방침이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PC업체들은 오는 2004년부터 출시하는 제품에 납·수은 등의 중금속을 없애고 플라스틱과 금속재료의 90% 이상은 리사이클링이 가능한 것을 채택해야 한다.
또 모니터와 제어장치의 전력소비량을 크게 줄여야 하며 수명이 다한 PC를 재활용센터로 수거해야 한다.
PC판매상 역시 소비자들로부터 폐PC를 회수하는 의무를 갖는다. 이밖에 PC재활용 업체들은 납·수은 및 중금속을 제거하며 제품의 70∼80%를 리사이클링해야 한다.
EC가 이번 조치를 내놓자 미국전자협회(AEA) 등 세계 주요 PC관련 단체 및 생산업체들은 일단 폐기를 최소화하고 재활용률을 높이려는 목표에는 공감하면서도 방법에는 선뜻 동의하지 않고 있다.
좀더 많은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은 EC의 조치에 대응하기 위한 PC재설계 등 추가 투자비용을 쉽게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세계 PC수요의 50%를 창출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자국으로 수입되는 외국 PC에 대해 환경부담금을 부과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폐PC 처리문제는 향후 정보기술분야 시장에 커다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폐PC 처리는 만드는 것만큼 중요"
미국·독일·일본 등 선진국은 폐PC처리에 있어 우리보다 한발 앞서 있다.
미국의 경우 「컴퓨터리사이클링센터」 등 민간단체들이 전국적인 폐기물네트워크를 형성해 폐PC를 처리하고 있다.
정부도 민간기업들의 재활용을 유도하기 위해 세제혜택 등의 정책을 펴고 있다. 최근에는 주요 부품을 신품조립에 재활용하는 리매뉴팩처 방식 도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연방정부와 의회도 관련전문 연구소에 1000만달러의 기술개발비를 지원키로 했으며 연방무역위원회(FTC)는 리매뉴팩처링 채택 기업들에 각종 지원을 집중키로 했다.
일본 최대 PC업체인 일본전기(NEC)는 폐PC를 전국 5개소에 있는 회수거점에서 수집하여 3개소의 리사이클센터로 보낸다. 리사이클센터에서는 일반 폐PC 부품을 재자원화 단위와 유해물질 함유 부품단위 등으로 분리한다. 후지쯔는 폐PC를 조립생산의 역순으로 분해, 금속원료와 부품으로 해체한 다음 재사용률을 높이고 있다. 또 기능별 분해가 가능하도록 부품모듈화 기술을 도입하여 다른 PC와의 호환성을 갖게 하는 전략도 펼치고 있다.
독일은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을 받아 운영중인 재활용업체가 400여개에 달하지만, 폐PC의 수거물량이 예상보다 적어 적자를 내고 있다. 영국에서는 ICL 등이 폐PC의 해체가 쉽도록 제품의 디자인 개선 등에 나서고 있다.
한편 PC 전처리 공정을 보유한 캐나다의 노란다, 독일의 핸다&하르마의 경우 동제련소와 같은 대규모 금속제련업체와 연계해 종합적인 금속물 회수체계를 갖고 있다. 이들 기업은 PCB 등 거의 모든 금속함유 폐기물을 재활용하고 있다.
<온기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