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한해 동안 버려지는 PC의 양은 얼마나 될까. 지난해 한국자원재생공사가 국회제출용으로 펴낸 「폐컴퓨터(폐TV 포함)의 효율적 회수 및 처리방안 연구」에 따르면 한해 수거되는 폐PC의 양은 97년 20만대 그리고 98년은 23만대로 추산됐다. 하지만 이는 전체 예상 폐기량의 30%에 불과한 수준. 나머지 70%는 일부 재사용되기도 하지만 상당수가 정체불명이거나 가정이나 기업에 그냥 방치된 채 쏟아져 나올 때만 기다리는 상황이다. 즉 30%는 폐기가 확인돼 재처리될 가능성이 있지만 70%는 가능성조차도 계량할 수 없다는 얘기다.
PC를 포함한 정보기기시장은 이미 TV·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주요 가전제품을 모두 합한 것보다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국내 보급대수가 1000만대를 넘어선 지 오래고 지난해는 IMF상황에서도 120만대의 PC가 판매됐다.
그러나 TV·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4개 가전제품이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 의해 1종 제품으로 분류, 제조자의 회수·처리 의무를 강화시킨 것과 달리 컴퓨터는 아예 품목에조차 포함되지 못해 단순 매립·소각 등을 통해 처리되는 수준이다. 폐가전제품의 회수처리 실적은 기종을 불문하고 96년 125만대, 97년 137만대 수준이었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
폐PC는 크게 플라스틱·금속류·유리(CRT)·복합체(PCB)로 분리되며 이 가운데 금·은 등 유가물을 포함하고 있는 PCB를 제외하면 대부분 소각 또는 매립되고 있다. 수거경로 및 처리형태는 지방자치단체별로 수거된 PC들을 수리해 재판매하거나 총 104개 업체에 이르는 지역별 재활용업체에서 유가물 분리후 나머지는 소각 또는 매립된다. 재활용 처리없이 단순 파쇄후 불법 매립·소각되는 경우도 상당수에 이른다.
유가물 함유가 높아 재처리의 핵심이 되는 PCB 역시 단순 수거를 통해 대부분이 외국의 재처리공장에 수출되고 있는 상황. 엄밀히 따지면 국내에서 재처리되고 있는 것은 극히 미약한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 PC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모니터(CRT)의 경우 재처리의 핵심부분인데도 우리는 재처리시설이 없어 거의 대부분 버려지고 있기도 하다.
정부나 PC메이커들은 어떤 준비들을 하고 있을까.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지난해 대안으로 PC에 폐기물 예치금을 부과하려 했다가 산자부·업계의 반발로 한발 물러서 있는 상황이다. 폐기물 예치금에 대한 합리성 논란은 현재 부과되고 있는 가전분야에서도 끊이지 않고 있다. 업계는 합리적 개선방안을 논의하자는 쪽이고 환경부는 예치금제도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주장이다. 환경부 자원재활용과의 한 관계자는 합리적 방안에 대해 그저 『계속 검토중』이라는 대답뿐, 구체적인 계획이나 방안 등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PC메이커들 역시 대안마련 자체에 관심 밖인 것은 마찬가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PC 리사이클링 문제는 고려할 처지가 아니라는 반응이다. 『아직은 그렇게 심각한 수준이 아니며 앞으로 3∼4년후에나 발생할 문제』라는 인식이다. 『메이커에 책임을 묻는 것은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라는 설명도 덧붙인다.
<김상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