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묻지마투자" 극성

 인터넷 관련 벤처업체에 대한 속칭 「묻지마 투자」가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기관투자자뿐 아니라 일반인과 외국인들까지 이러한 투자 대열에 가세하고 있고, 투자대상도 코스닥 등록업체는 물론 상장을 준비하는 업체에까지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대상업체의 정보획득을 위해 불법·탈법적인 행동도 판을 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같은 투자왜곡 현상은 건전한 사업자금으로 활용돼 인터넷 벤처업체들에 젖줄 역할을 하는 것과 달리 투기성만이 강조돼 해당업체의 이미지 훼손은 물론 이제 꽃망울을 맺고 있는 국내 인터넷 비즈니스 확산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우려를 던져주고 있다.

 ◇투자실태=최근 양재 포이밸리 투자유치 설명회에 참가한 인터넷업체 I사 L사장은 뜻밖의 투자제안 폭주에 새삼 놀랐다. 그는 인터넷 주가가 바람을 타고 있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예상투자액의 7∼8배에 이르는 투자 제안에 다소 어이가 없었다. 이 회사가 당초 예상했던 투자유치액은 6억원선.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을 합쳐 투자유치 가능액은 40억원을 훌쩍 넘었다. 설명회를 끝낸 다음날 L사장은 수없이 걸려오는 투자의향 전화에 반가움보다는 근심이 앞섰다. 이른바 「묻지마 투자자」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한 개인투자자는 무턱대고 3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L사장은 그 개인투자자에게 I사를 아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의 답변은 『신문에서 봤다. 신문에 소개된 업체면 비전이 있는 업체 아니냐』는 정도였다. 개인으로선 적지 않은 3억원의 돈을 그 업체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한 채 무작정 투자부터 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이같은 투자의욕의 뒷면에는 한번 뜨면 10배, 100배의 일확천금을 만질 수 있다는 망상이 꿈틀대고 있다.

 요즘 들어서는 외국인까지 인터넷 「묻지마 투자」에 가세하고 있다. 모 업체의 경우 최근 주한미군 J씨가 찾아와 2만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비쳤다. 회사 담당자는 개인투자는 별도로 받고 있지 않다고 답하자 J씨는 벌컥 화를 내며 자신은 외국인 투자자라고 강변했다. 다음날 J씨는 모 증권사 지점장을 대동하고 다시 찾아와 자신은 외국인 투자자이며 기관투자자라고 억지를 부린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또 「묻지마 투자자」들 몇몇이 모여 「펀드」를 조성해 「기관투자자」라고 내세우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한 업체의 관계자는 토로했다.

 ◇문제점=최근 인터넷 주가 폭등의 여파로 이같은 속칭 「묻지마 투자」가 기승을 부리면서 투자왜곡 현상까지 빚어져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묻지마 투자」는 코스닥 상장업체뿐만 아니라 코스닥 등록을 앞둔 인터넷업체들에까지 손길을 미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투자유치 때문에 고민했지만 요즘엔 넘쳐나는 투자의향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묻지마 투자자」들은 투자대상 기업에 대한 매출·비전 등 기본적인 정보도 없이 인터넷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작정 투자를 결심하는 부류다. 따라서 이들 자본을 유치할 경우 자칫 기업 이미지 훼손이나 일정 기대이익을 내지 못할 경우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마저 내포하고 있어 업체들은 기피하고 있다.

 또 업체 정보에 목말라 하는 일부 투자자들은 기관이나 언론을 사칭해 기업정보를 빼내고 있어 인터넷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코스닥 상장을 목전에 두고 있는 인터넷업체 D사는 요즘 투자를 묻는 전화에 골치를 앓고 있다. 대부분 「묻지마 투자자」들로 소액의 투자의향을 비치는 부류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기업 사정도 모른 채 무조건 투자하고 보겠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투자의향을 비춰오는 일부 사람들은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대기업이나 언론사를 사칭해 기업 내부정보를 요구하는 등 형사법에 저촉되는 행위까지 거침없이 일삼고 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전화를 걸어 무작정 투자기관이나 언론을 사칭해 정보를 요구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꼬치꼬치 캐물으면 전화를 끊거나 개인투자를 위해 정보를 요구했다고 답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J사·N사 등 일부 코스닥 등록을 목전에 둔 인터넷업체들은 「묻지마 투자자」들에게 쉴새없이 시달리는 등 귀찮은 수준을 넘어 「공포」에 이르렀다고 털어놨다.

 업계 전문가들은 『소액 투자를 희망하는 사람들 중의 일부는 인터넷 비즈니스를 정확히 알고 소신있게 투자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코스닥 열풍에 휘말려 일확천금을 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투자가 아닌 투기의 성격만을 강조한다면 투자자의 손해는 물론 인터넷 비즈니스 전반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충고했다.

<김경묵기자 kmkim@etnews.co.kr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