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방송은 방송국의 두뇌 역할을 하고 있는 편집 및 제작 분야와 송출시스템 분야에도 엄청난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예상된다. 흔히 디지털 방송국의 3대 필수 요소라고 일컬어지는 「편집 및 제작」 「송출」 「저장 및 관리」 분야에서 종전에 보지 못했던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칠 것이다.
우선 종전의 아날로그 방송체제하에서는 비디오 편집을 하기 위해 2대의 VCR를 이용해 일대일로 편집해야 했으나 디지털 방송체제에서는 컴퓨터와 디지털 VCR를 활용한 비선형편집(NLE)시스템이 일반화될 것이다. 즉 컴퓨터를 이용해 비디오 서버에 저장된 방송프로그램을 호출, 자유자재로 화면을 편집하고 특수효과를 낼 수 있다.
이처럼 비선형편집시스템이 디지털 방송시대의 핵심 기술로 부상함에 따라 콴텔·아비드·디스크리트로직 등 비선형편집시스템 전문업체들이 디지털 방송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그동안 방송국의 종합편집실이나 주·부조정실에 편집용 VCR·특수효과장비·비디오스위처 등 각종 방송장비를 공급해왔던 소니·파나소닉·히타치·그래스벨리 등 전통적인 의미의 방송기기업체들과 새로운 프런티어인 NLE(Non Linear Editing)시스템업체들간에 디지털 방송기기시장을 둘러싼 선점 경쟁이 불꽃을 튀길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방송시대에는 스튜디오용 카메라나 ENG카메라 역시 기존의 저해상도 카메라 대신 표준화질(SD)TV 또는 고화질(HD)TV급 카메라로 대체된다. 또한 문자발생기·특수효과기·비디오스위처·고해상도 모니터 등 모든 장비가 SD 또는 HDTV를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교체된다.
저장매체 역시 기존의 테이프 위주 VCR에서 텍트로닉스·HP 등이 공급하는 비디오 서버로 바뀐다. 아날로그 방송시대에는 기존에 방영된 프로그램을 보관하기 위해 방송국내에 넓은 공간의 프로그램보관소를 별도로 확보해야만 했다. 그러나 디지털 방송시대에는 비디오 서버에 저장된 프로그램을 「파이버 채널」이라는 방송국내의 고속 네트워크를 통해 접속한 후 해당 프로그램을 불러 편집 및 송출하는 게 얼마든지 가능해진다.
디지털 방송국에서 사용하는 비디오 서버는 크게 소재 제작용·송출용·영상 아카이브용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서비스 용도에 따라 저장 형식이 다소 차이가 난다. 그러나 비디오압축기술인 MPEG을 근간으로 비디오 서버가 표준화되고 있는 추세다.
현재 소재 제작용 서버는 압축기술로 통상 모션JPEG이나 MPEG2를 사용하고 있으며, 광고(CM)뱅크나 주문형 비디오(VOD)용으로 활용되는 송출용 비디오 서버는 MPEG2 형식을 주로 채택하고 있다.
비디오 서버의 디스크용량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비디오 서버용 디스크는 대체로 18GB를 지원하는데 앞으로는 36GB에서 최대 100GB까지 지원하는 제품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장 형식도 현재보다 화질이 크게 개선된 MPEG2 4대2대2@ML방식이 유력한 방식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하드디스크의 급격한 기능 향상은 비디오 서버가 디지털 방송국의 통합 서버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방송사들은 디지털 방송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영상 아카이브의 구축에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동안 방송국들은 테이프 형식으로 영상 자료를 보관해왔다. 그러나 장기간 보관에 따른 비디오테이프의 화질 악화문제가 심한데다 보관장소를 확보하는 것도 점차 부담스러워지고 있다.
영상 아카이브 구축은 고화질 방송프로그램의 장기 보관과 저장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솔루션으로 부상할 것이다.
영상 아카이브 구축은 단순히 기존 자료를 효율적으로 보관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영상 아카이브를 구축하면 디지털 영상자료를 거의 영구적으로 보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프로그램 마켓과 직접 연결하거나 다른 정보제공사업자들과 제휴해 콘텐츠로 활용할 수도 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