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방송의 표준 규격을 무엇으로 정할 것인가.」
이 문제는 21세기 대표적인 전략상품인 대화형TV시장을 누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것인가 하는 문제와 직결돼 있다. 아날로그 방송시대에도 세계 방송시장은 PAL·NTSC·SECAM 방식으로 3분할돼 치열한 각축전을 벌였다. 디지털 방송시장을 놓고도 현재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표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디지털 방송 분야의 국제 표준은 미국의 「ATSC(Advanced Television Systems Committee)」 방식, 유럽의 「디지털 비디오 브로드캐스팅(DVB)」 방식 그리고 제3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일본의 「디지털 방송」 방식으로 압축되고 있다.
미국의 ATSC 방식은 MPEG2(비디오 압축), 돌비 AC3(오디오 압축), 8VSB(전송 표준)를 채택하고 있으며 유럽의 DVB 방식은 MPEG2(비디오 및 오디오 압축), OFDM(전송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상파 방송은 ATSC 방식을 그리고 위성방송은 DVB 방식을 각각 표준으로 채택하고 있다.
디지털 방송의 표준 제정 과정에서 중요한 현안 중 하나가 대화형TV 또는 데이터방송을 기술적으로 어떻게 구현하는가 하는 점이다.
차세대 대화형TV는 인터넷과 연동하고 또 인터넷으로부터 데이터를 내려받아야 하기 때문에 인터넷 표준 언어인 HTML이나 자바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기능을 자체적으로 내장해야 한다. TV나 디지털 세트톱 박스에 컴퓨터처럼 운용체계(OS)가 탑재되는 것이다.
미국의 대화형TV 표준화 작업은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TV 표준화를 선도하고 있는 ATSC의 산하 기구인 DASE(DTV Applications Software Environment)와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주도하고 있는 ATVEF(Advanced TV Enhancement Forum)가 각각 대화형TV 분야의 표준을 놓고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DASE는 실행용 엔진으로 「자바 VM(Virtual Machine)」을 채택하고 있으며 프레젠테이션(표현) 엔진으로는 「멀티미디어 & 하이퍼미디어 인포메이션 전문가 그룹」이 제시한 MHEG5와 HTML을 검토중인데 최근 HTML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도하고 있는 ATVEF에는 현재 인텔·디스커버리·CNN·NBC·TCI 등 방송사들과 컴퓨터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HTML·BHTML(방송용 HTML언어)·자바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표준화가 진행되고 있다.
방송계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은 DASE와 ATVEF와 별도로 「AIC이니셔티브」가 대화형 표준을 작성중이나 아직은 세를 얻지 못하고 있어 결국은 DASE와 ATVEF가 표준을 주도하면서 조만간 통합표준을 제시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밖에 선마이크로시스템스·톰슨멀티미디어(프랑스)·MIH 등이 참여해 설립한 「오픈TV」사가 자바 기반의 대화형TV 플랫폼을 제시해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오픈TV」는 올해 말께에는 자바언어를 지원하고 현재 진행중인 표준화 움직임과도 부응하는 「오픈TV 자바」를 새로 내놓는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유럽의 디지털 방송 표준 규격은 DVB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현재 DVB의 멀티미디어 홈 플랫폼(MHP)이 대화형TV방송 표준 규격을 제시하고 있으며 디지털 세트톱 박스 규격은 DAVIC(Digital Audio Video Council)에서 추진하고 있다. 특히 DAVIC은 디지털 세트톱 박스의 실행 엔진으로 「자바 VM」을 채택했으며 프레젠테이션 엔진으로는 HTML이 아니라 「MHEG5」를 선택한 상태다. 그러나 MHEG5는 업체의 지원이 부족하고 인터넷과의 연동이 미흡하다는 점이 취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방송 분야에 관한 한 항상 제3의 표준을 지향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는 그동안 대화형TV의 프레젠테이션 엔진으로 MHEG5를 채택해왔으나 공영방송인 NHK가 지난달 XML을 기본으로 대화형TV의 규격을 내놓겠다고 발표해 방송계의 비상한 주목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프레젠테이션 엔진으로 MHEG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HTML로 갈 것인가가 분명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KBS기술연구소가 MHEG5 기반의 데이터 방송기술 개발을 추진중이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