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통합 반도체회사의 경영주체로 현대전자를 선정한 지 7개월만에 현대와 LG가 경영권 인수에 최종 합의함에 따라 그동안 재계 전체를 떠들썩하게 했던 반도체 빅딜이 완전 타결됐다.
이로써 현대전자는 8인치 웨이퍼 기준 월 30만장 규모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거대 메모리업체로 재출범하기 위한 통합법인 설립작업을 본격화할 수 있게 됐으며 재계의 관심도 향후 통합법인 출범까지의 절차와 과정에 집중돼 있다.
양사의 통합은 기본적으로 세계 메모리 반도체시장의 대대적인 개편을 유발할 수 있는 말 그대로 「빅딜」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복잡하고 미묘한 과정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직통합=가장 관심을 끄는 조직통합 방법에서 이미 현대전자 내부적으로는 큰 밑그림을 그려놓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LG반도체 인수에 앞서 현대전자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작업을 단행, LG그룹이 사용하는 전략적사업단위(SBU:Strategic Business Unit)와 사업단위(Business Unit)라는 용어를 도입하는 등 반도체 부문의 조직을 LG반도체의 조직과 유사하게 조정했다.
반도체 부문을 크게 메모리 SBU와 시스템 IC SBU로 나누고 각 SBU산하에 제품별로 BU 조직을 두고 있는 것이 현재 LG반도체 조직과 거의 같다.
특히 메모리 SBU를 김영환 사장이 겸임하는 구조로 가져갔다는 점에서 오는 10월 출범 예정인 통합 반도체 법인의 전체적인 윤곽을 짐작케 한다.
이는 법인 통합에 앞서 양사 조직을 동일한 구조로 운영함으로써 판이한 기업문화에서 오는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따라서 임직원 고용승계 약속과 통합에 따르는 시너지효과라는 이율배반적인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적지 않은 고민으로 남을 전망이다.
◇라인통합=판이하게 다른 양쪽의 반도체 라인을 어떻게 통합시킬 것인지도 주요 해결과제 중 하나다.
특히 이 문제는 반도체 빅딜의 기본 목적인 경쟁력 향상의 가장 핵심적인 사항으로 인식되고 있다.
현대측은 265MSD램부터는 1개 생산라인당 약 25억달러의 생산설비 투자가 필요한 데 생산설비의 중복투자예방과 함께 연구·개발비 및 판관비 절감효과 등을 고려할 때 5년간 약 60억달러의 비용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와 LG의 경우 기본적으로 반도체 설계 및 공정기술은 물론 생산설비까지 호환성이 없어 라인통합에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대전자가 반도체사업 합병 이후 곧바로 라인 조정 작업에 착수한다 하더라도 상당기간 각자의 방식대로 제품을 계속 생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같은 문제점을 고려할 때 합병사는 기존의 D램 생산라인을 그대로 유지한 채 당분간 별개 생산라인으로 운영하되 실질적인 생산 라인 통합은 차세대 제품인 256MD램 3세대 제품 생산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현대전자가 이번 반도체 통합으로 삼성전자와 같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D램업체로 성장할 수 있을지의 여부는 이러한 인적, 물적 부문의 통합을 얼마나 빨리 성사시키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