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가전 가격질서 "혼탁"

 소형 가전업계가 다투어 독자 브랜드 도입과 유통망 개척에 나서면서 치열한 과당경쟁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계절상품인 선풍기의 경우 신일·한일 등 브랜드 업체들과 그동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에 의존해 온 전문업체들이 하절기 특수를 겨냥해 일제히 유통시장에 제품을 출하하고 있다.

 오성사·우림전자 등 주요 OEM 업체들은 올들어 격감한 가전 3사의 OEM물량을 브랜드 판매로 만회한다는 전략아래 출하가격을 경쟁적으로 인하하면서 유통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신규업체들이 가격인하를 무기로 유통시장 공략에 나서자 신일산업과 한일전기 등 기존 업체들도 시장 수성을 위해 출하가를 재조정하는 등 가격인하 공세로 맞대응, 선풍기의 경우 출하가가 이미 10% 이상 낮아지는 등 가격질서가 붕괴되고 있다.

 전기밥솥 시장도 가전 3사와 동양매직을 비롯해 대웅전기산업·마마·메리노테크·풍년전기 등 전문업체들에 이어 성광전자·국제전열공업·우림전자·오성사 등 OEM업체들이 가세하면서 유통업체들을 확보하기 위한 공급가 인하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이밖에 주서믹서·헤어드라이어·전기다리미·토스터 등 대부분의 소형 가전제품도 많은 물량이 가전 3사 대리점 대신 백화점·할인점·양판점·재래시장으로 몰리면서 치열한 가격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소형 가전제품 구매를 담당하고 있는 유통업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유통망 확보가 시급해진 소형 가전업체들이 유통업체들을 대상으로 무조건 가격을 맞추어 주겠다는 식의 영업에 치중하고 있다』며 『때문에 구매가격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으나 AS 등 사후처리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소형 가전제품은 마진율이 10%도 안 되는 저부가가치 제품이어서 이처럼 과당경쟁으로 인한 가격인하 폭이 커질 경우 업체들이 채산성 악화로 공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