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동남아지역에서 삼성전자의 고가전략이 예상외의 성공을 거둠으로써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동남아지역은 지난해부터 외환위기의 여파로 한때는 이곳에 진출한 국내 가전업체들이 사업철수를 심각히 고려할 정도로 시장상황이 극도의 침체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이곳에서 완전평면 TV, 지펠 냉장고, 프로젝션TV 「파브」 등 초고가 제품을 앞세운 프리미엄 전략을 도입, 올해 이 지역 수출물량 중 대형 제품의 증가세가 97년의 2배를 상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1월부터 5월까지의 수출실적을 보면 TV의 경우 25인치 이상 제품이 98년에 비해 무려 3배 이상 늘어난 7만3000 대가 판매됐으며 냉장고도 400ℓ급 이상 대형제품이 98년의 2만2000 대에서 2배를 훨씬 상회하는 5만5000 대가 판매됐다.
또 세탁기도 이 지역에서 대형으로 구분되는 5㎏급 전자동 제품의 판매도 급증, 지난해 1만6000 대에 불과한 수출실적이 올해에는 5만 대에 이르는 수출증가를 가져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
삼성전자측은 이처럼 대형제품의 수출호조로 TV의 경우 지난 5월말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만 대 이상 늘어난 38만7000 대, 냉장고 역시 8만 대나 증가한 18만 3000 대의 실적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이같은 동남아지역에서의 대형제품 수출호조현상에 대해 『국내 시장과 마찬가지로 동남아 시장도 경제위기 속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데서 착안한 마케팅의 성공작이다』며 『일부 부유층을 중심으로 소비가 살아나면서 가전제품의 대형, 고급화 바람이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