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TV시장은 기존 TV를 대체하는 수요 및 신혼부부 수요를 중심으로 해 대형기종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한 가운데 29인치형이 대표적인 보급형 대형TV로 자리를 잡아가는 추세다.
일본 업체들도 평면브라운관을 채용한 TV를 전략적으로 국내에 선보이고 있는데다 국내 업체들이 완전평면브라운관을 채용한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어 소비자가격 100만원대의 29인치형 TV를 중심으로 격렬한 한·일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일단 업계 관계자들은 TV의 화질 및 기능적 측면에서 국산이 일본산에 뒤질 게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과거에는 일본산 TV가 화질면에서 국산보다 우월해 색상·밝기·뚜렷함 등의 편차가 눈에 띌 정도였으나 최근 들어서는 오히려 국산TV의 밝기가 일본산보다 좋은 편이고 완전평면브라운관의 채용이 늘면서 색상 및 시청편이도가 상호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일본산 TV의 디자인은 국제시장을 겨냥한 나머지 대부분 경박단소한 반면 국산TV는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도에 맞춰 고급이미지를 부각시킨 디자인을 채용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시장에서의 우열이 뚜렷하게 나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일본산 TV들은 브랜드 인지도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강점을 가지고 있어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지난 70년대 「워크맨」 신화를 창조한 소니를 비롯해 마쓰시타, 히타치, JVC 등 국내 소비자들에게 익숙하다 못해 최고의 이미지를 구축한 TV업체들이 줄지어 서 있는 것이다. 특히 이 업체들은 29인치 이상 대형TV부문 세계시장에서 경기동향에 관계없이 월등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는데 이같은 시장지배력이 한국 시장에서도 구현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최근 일본업체들이 국내 시장에서 완전평면브라운관 이전의 유사 평면브라운관을 채용한 기존 제품들을 활용해 「일본산 TV는 비싸다」는 선입견을 깨는 가격정책을 펼치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실제 소니는 29∼34인치 트리트론 브라운관TV 6개 모델을 128만∼239만원, 히타치도 29인치와 33인치 슈퍼블랙 브라운관TV를 145만원과 245만원에 출시했는데 같은 크기의 국산 완전평면TV보다 10만∼30만원이 싸다.이와 함께 최근 히타치가 「슈퍼플랫 F100 스크린TV(모델명 C29F100)」와 같은 255만원대의 29인치 완전평면TV를 출시했고 소니도 29∼34인치 완전평면TV 한국출시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향후 소비자가격 260만∼290만원대인 국산 32인치 완전평면TV의 위세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칠 태세다.
이에 따라 국내업체들의 방어진지 구축을 위한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완전평면TV의 우수성을 부각시켜 나가는 동시에 「명품 플러스원」 「신랑각시」 등 기존에 국내시장에서 인기상품으로 검증된 제품들에 대한 판촉을 강화해 적어도 29인치 보급형 TV시장을 내주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40∼61인치 프로젝션TV 「파브」에 대한 판촉을 강화, 소니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초대형 프로젝션TV 시장을 적극 공략해 나갈 방침이다.
대우전자도 하반기 중에 완전평면TV 2, 3개 모델을 출시하는 한편 새로 마련한 TV브랜드인 「진가(ZINKA)」를 통해 보급형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