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R는 국산과 일본산의 기술 및 상품력 격차가 가장 작은 제품으로서 수입선다변화 해제로 인한 충격에서 벗어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국내 보급률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총 수요가 약 160만대, 3000억원으로 하향세를 타고 있고 주력제품도 4헤드 VCR이기 때문에 이미 하이파이로 넘어간 일본산 VCR제품들과 시장에서 크게 격돌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가전제품 소비성향이 고급·대형화되는 추세여서 6헤드 이상의 하이파이 및 디지털VCR를 앞세운 일본 업체들의 공략이 본격화되면 가까운 미래에 시장을 고스란히 내주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최근 들어 소니·마쓰시타 등 주요 일본 업체들이 70만원대 6헤드 하이파이 VCR의 한국 판매를 본격화하고 있는 반면 국내 업체들은 고급형 VCR의 국내 수요가 일천하다는 판단 아래 별다른 판촉전략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소비자들이 고기능보다는 사용 편의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저가보급형 VCR를 중심으로 국산제품의 강세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가모델에서도 국산제품의 경쟁력이 안정적이지 못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어 문제다. 동남아에서 우회생산된 저가보급형 일제 VCR의 시장점유율이 날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동남아 신흥공업국에서 조립·생산된 일제 VCR는 성능면에서 일본산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데다 생산비용도 한국산보다 27% 정도 적게 들기 때문에 소비자가격이 국산보다 20∼30%, 많게는 40%까지 저렴하다.
이러한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VCR시장의 저변을 크게 잠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결국 국산 VCR가 일본산 고기능제품과 동남아산 저가제품 사이에서 고전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업체들의 심증적인 버팀목인 한국의 폐쇄적인 VCR유통망과 사후관리(AS)망도 믿음직한 방어벽이 아닌 것으로 지적된다.
최근 원화강세가 이어지면서 국산과 일본산 VCR의 소비자가격 차이가 줄어들어 디자인과 기능에서 장점을 가진 일본산 VCR가 양판점 및 대형할인매장과 같은 신유통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의 보다 적극적인 시장수성전략이 마련되어야 할 때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특화된 제품을 상품화하고 소비자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는 유통전략의 수립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가전3사는 국내의 교육열이 높은 점에 주목, 4헤드 VCR에 어학용 캡션기능과 반복학습기능을 채택해 40만원대 이하로 공급하고 절전기능을 강조해 주부들의 알뜰형 소비를 이끌어내는 등 적지않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같은 성공사례를 기반으로 소비자 근접형 상품개발 및 마케팅을 전개하는 한편 어떻게 VCR 재생화면의 질을 향상시킬 것인지, 헤드수명을 얼마나 연장시킬 것인지, 소비자들이 VCR에 대해 어떤 기능을 요구하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할 때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