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주변기기업계, "대만산과의 전쟁" 선언

 최근 국내 주변기기업체들을 중심으로 대만산이 점령하고 있는 국내 시장을 되찾자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분야는 그래픽카드와 사운드카드, 메인보드 분야.

 그래픽카드 분야에서는 제이스텍·시그마컴·슈퍼마이크로컴퓨터·애드온전자 등이 국산 돌풍을 이끌고 있다.

 이들 업체는 최근 32MB SD램을 탑재한 리바 TNT 반타칩 그래픽카드와 새비지 4칩 그래픽카드를 무기로 대만산이 주춤하고 있는 국내 시장을 급속히 파고들고 있다.

 반타칩을 채용한 그래픽카드의 경우 32MB를 채용하고도 기존 8∼16MB 채용 부두 밴시나 새비지 3칩 채용 그래픽카드와 비슷한 가격인 10만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어 사용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반타칩 그래픽카드의 경우 대만산이 국내에 수입되기 이전에 32MB 제품을 출시했기 때문에 더 수월하게 초기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이같이 그래픽카드에서 국내 업체들이 선전할 수 있는 데에는 세계적인 환경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세계적으로 그래픽 칩세트를 석권하고 있는 3Dfx·S3사 등이 각각 그래픽카드업체를 인수하거나 제휴관계를 맺어 대만 업체들에 대한 칩세트 공급이 위축되고 있고, 지난해 대만산 선풍을 일으켰던 인텔의 i740 칩세트의 다음 칩세트인 i752가 i810 메인보드 칩세트에 온보드 형태로 결합된 점도 큰 역할을 했다는 것.

 국내 그래픽카드업체들은 이러한 대만산의 공동화 시기가 올 가을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이 시기에 대만산에 의해 잠식됐던 국내 시장을 되찾겠다는 결의를 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 업체들은 용산전자상가 등지에 대규모 AS센터를 확충해 AS가 거의 불가능한 대만산과의 확실한 차별화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또한 대만산이 i740 칩세트를 탑재한 제품을 출시했을 때처럼 가격공세로 나올 경우 원자재 가격절감을 통해 맞붙을 태세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국내 그래픽카드업계가 희망하는 것처럼 시장탈환이 낙관적이지는 않다. 근본적으로 대만산에 비해 취약한 가격구조를 해소할 길이 좀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만 업체들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제품을 대량생산하기 때문에 원자재 구입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데 비해 국내 업체들은 아직 내수 유통시장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가격경쟁력면에서 취약한 편이다.

 특히 그래픽카드에 들어가는 메모리나 PCB의 경우 국내에서도 생산을 하고 있으나 대만 수입제품에 비해 가격이 2∼4배 이상 비싸 대부분의 부품을 대만에서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메모리의 경우 국산 제품인 LG나 현대의 메모리를 장착하고 있으나 국내 공급가격보다 대만에서 수입하는 가격이 싸 역수입 제품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이러한 가격구조 때문에 그래픽카드업체들은 근본적으로 대만산과의 경쟁을 위해서는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견해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그래픽카드업체들은 국내에서 어느 정도의 기반을 마련한 뒤 미국과 유럽 시장 등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공략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사운드카드와 메인보드 분야는 아직까지 대만산에 비해 경쟁력은 없지만 특화전략으로 맞대응에 나서고 있다.

 사운드카드 시장에서는 1만∼2만원대의 대만산 저가형 카드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고급형에서도 크리에이티브사의 사운드블러스터 시리즈가 점령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는 최근 들어 옥소리의 전통을 잇고 있는 훈테크가 고급 디지털 오디오카드인 「사운드트랙」 시리즈와 초저가형 디지털 사운드카드인 「4D Wave NX」로 승부를 걸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아직까지 대만산에 점령된 유통 시장이 요지부동 태세인 것이 국산이 자리잡는 데 어려움을 겪게 하고 있다. 하지만 훈테크와 함께 성호정보통신·제이스텍·한산전자 등이 국산 사운드카드의 명맥을 잇고 사운드카드 시장의 탈환을 위해 나서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메인보드 시장은 아직까지 대만산에 점령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우통신과 삼보컴퓨터 등 대기업이 자사 PC에 탑재하기 위해 일부 메인보드를 생산하는 것 외에는 국산 메인보드는 단 한번도 성공을 거둔 적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제이스텍이 메인보드 제조에 나서겠다고 선언했고, 대기업들도 유통시장을 겨냥한 고급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는 등 국산 메인보드 제작 움직임이 서서히 눈에 띄고 있어 메인보드 시장도 국산 대체가 머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구정회기자 jhk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