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긴생각> 인터넷 서바이벌 게임

 인터넷 서바이벌 게임이 화제다. 「인터넷」은 이미 세상 여론을 주도하고 주식시장을 흔들어대는 시대의 화두로 부각된 지 오래지만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흥미진진한 단어가 덧붙여지자 더욱 재미있어졌다.

 여론을 주도하는 언론사들의 경쟁적인 행사 개최로 화제는 더욱 풍성해지고 가상공간보다는 실제공간에 얼굴을 알리는 것이 직업인 인사들이 줄이어 행사장을 찾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과정이야 어찌됐건 이 게임은 「인터넷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는 한 줄의 메시지를 일반대중의 머릿속에 각인시키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행사를 전후해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비판이 개진됐지만 필자는 이 행사의 목적 자체가 「사람들의 흥미를 돋우는 것」이라고 보고 게임이 끝난 뒤 활자로 남은 문장 가운데 두 가지만을 되새겨보고자 한다.

 첫째, 「한명의 낙오도 없이 참가자 전원이 살아남았다」는 말이다. 만약 공동체 구성원 전체가 인터넷만으로 생활하고 실제공간에서는 전혀 활동하지 않는다면 과연 몇 명이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행사를 위해 평소에는 전혀 하지 않던 퀵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쇼핑몰도 없고, 피자를 디지털로 배달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연애는 물론 취미생활마저 생각해보면 끔찍한 일이다.

 이미 이 세상에는 한 달, 아니 1년이라도 인터넷으로 살아남을 자신이 있는 사람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러나 아직은 인터넷만으로는 단 하루도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인터넷을 사용할 줄 몰라서가 아니라 인터넷만으로 생활하는 바보 같은 짓을 할 사람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인터넷만으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가상공간이 아니라 실제공간에서 땀흘리는 절대 다수의 공동체 구성원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터넷 서바이벌 게임을 보면서 새삼 확인하게 됐다.

 둘째,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은 아직 걸음마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이러한 평가는 어느 정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말 속에는 전자상거래와 인터넷 쇼핑몰을 동일시함으로써 오해가 생긴 측면도 있다. 전자상거래는 크게 기업과 기업간 거래(B to B)와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 to C)로 나뉘며 기업과 기업간의 거래가 전자상거래 시장의 중심이다.

 인터넷 서바이벌 게임에서는 전자상거래와 인터넷 쇼핑몰을 동일시한 것은 물론 주로 생존과 관련된 문제, 즉 먹는 것과 입는 것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춤으로써 「인터넷 쇼핑몰은 경쟁력이 없다」는 엄청난 결론을 도출해냈다.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음식을 주문하는 이유는 첫째 재미삼아, 둘째 서바이벌 게임 참가자이기 때문에, 셋째 전화가 없어서 중 하나일 것이다. 집에서든 사무실에서든 가장 흔하게 눈에 띄는 것이 음식점 전화번호가 적힌 스티커이고 전화 없는 곳은 찾기가 힘들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인터넷으로 음식을 주문하는 상황은 상상하기가 어렵다.

 인터넷 서바이벌 게임은 화제를 모은 것 자체로도 충분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지만 인터넷만으로도 생활할 수 있다는 이번 사안은 공짜로 알았던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도 물건을 사고 팔 수 있는 「거래의 바다」로 전환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다시 확인하게 됐다.

<최상국 인터파크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