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이 쌓여 있는 서류와 담배 꽁초가 가득한 책상 앞에 티셔츠와 샌들 차림의 남자가 열심히 노트북을 들여다 보고 있다. 바로 나눔기술의 장영승 사장(36)이다.
요즘 장 사장이 업무를 보는 곳은 역삼동의 조그만 빌딩이다. 나눔기술 본사에는 2, 3일에 한번씩 들러 업무현황을 보고받는 게 고작이다. 아예 집에 가지 않고 숙식을 사무실에서 해결하는 일도 적지않다.
『처음 나눔기술을 만들 때의 시절로 돌아간 기분입니다. 아직 모르는 것이 많아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큰 보람이지요. 나눔기술은 이제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어 제가 크게 관여하지 않아도 꾸준한 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중음악 전문 포털사이트를 표방하는 렛츠뮤직은 한국어·일어·중국어·영어 등 4개 국어로 서비스를 제공, 아시아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상품을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50억원을 투입, 콘텐츠를 개발하고 음악DB를 구축했다. 또 올해 안에 한국가요 7만곡, 일본·중국음악 3만곡을 DB화할 방침이다.
이 예상치 않은 「외도」에 의아한 눈길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장 사장은 『이제야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라고 말한다. 학창시절부터 음악에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시절에는 교내 노래동아리인 「메아리」의 멤버로 활동했고 10여개의 곡을 직접 작사 작곡했다. 이 가운데 노동현장의 고달픔을 노래한 「깜박잠」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곡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새로운 천년은 문화의 시대입니다. 과거에는 우리가 중국이나 일본의 문화를 수입했지만 이제는 우리도 우리의 문화를 수출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문화상품이나 문화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져야 합니다. 렛츠뮤직은 이같은 생각이 구체화된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장 사장은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경제에 관심을 갖고 우리의 문화를 상품화하는 데 뛰어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최근 불거져 나온 MP3 서비스 논쟁은 매우 비생산적이라는 게 장 사장의 생각이다.
『음원 소유자들이 매출을 투명하게 관리해 자신의 저작권을 보호받으려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불법복제를 막으려는 것과 같은 이치죠. 최근 음반제작사들이 서비스 제공 채널을 제한한 것은 그동안 소홀했던 디지털 음원관리를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파일의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가격은 결국 시장의 법칙에 따라 정해질 것』이라며 『그러나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지금까지 사용해왔던 것보다 값이 비싸다고 네티즌의 사용권을 들먹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국내 MP3시장은 아무리 크게 잡아봐야 100억원 남짓합니다. 음반제작자들로서는 큰 시장이 아닌 셈이지요. 오히려 이 시장 때문에 기존 음반시장의 저작권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는 게 음반제작자들의 생각입니다. 제작자 중에는 이렇게 자꾸 문제가 불거져 나올 바에야 아예 MP3 서비스를 중지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장 사장은 『모처럼 남보다 한발 앞서 개화하고 있는 디지털 음원 시장이 꽃도 제대로 피워 보지 못하고 시들고 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앞선다』며 『어렵게 온 기회를 내팽개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렛츠뮤직이 연예제작자협회와 음악서비스 계약을 체결한 상태여서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말하기 힘든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하는 장 사장은 『렛츠뮤직이 서비스를 독점하는 것도 아니고 그럴 수도 없다』고 설명한다. 또 『이번 MP3서비스 문제가 어떻게 결말이 나든 간에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세계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며 이를 위해 국내 벤처기업들과의 제휴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윤옥기자 yo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