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생물컴퓨터

 세포만한 크기의 컴퓨터를 만들 수 있을까. SF영화에서나 가능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생물컴퓨터(Biological Computer)」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20년 후엔 그런 일이 실현될 수 있다고 믿는다.

 생물컴퓨터란 세포만한 크기로 작아 사람의 몸 속을 돌면서 잘못된 곳을 알아내고 의사처럼 고쳐주는 초소형컴퓨터. 이스라엘 와이즈만과학연구소(WIS) 컴퓨터과학부의 에후드 샤피로 박사는 최근 생물컴퓨터의 모델을 발표해 화제가 됐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생물컴퓨터는 몸 속의 혈관을 떠돌아다니거나 특정한 기관에 붙어 지내면서 조직의 생화학적 변화를 감시한다. 만일 비정상적인 변화가 일어나면 즉시 내장된 프로그램에 따라 약을 합성, 방출해 정상상태로 되돌려 놓는다.

 샤피로 박사의 생물컴퓨터는 1936년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이 생각해낸 「튜링기계(Turing Machine)」에 기초를 둔 것이다.

 「튜링기계」란 정보로 처리될 수 있는 세포들이 무한히 긴 테이프처럼 연결되어 있는 구조로 지금까지는 이론상으로만 존재해왔다.

 샤피로 박사는 우리 몸의 세포 속에서 진행되는 반응들을 기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튜링기계」의 테이프와 닮은 일련의 3차원 구조를 만들어 냈다. 예를 들면 세포내에서 DNA가 여러 가지 생화학적 절차를 거쳐 단백질로 전환되는 과정이 기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생물컴퓨터 모델은 높이가 30㎝다. 노트북만한 이 생물컴퓨터가 점점 작아져 앞으로 20년 후에는 사람의 몸 속에 들어갈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게 샤피로 박사의 주장이다. 온 몸을 돌아다니는 대신 장기 속에 들어가 특정한 작업만을 수행하는 생물컴퓨터 연구는 이미 상당히 진척된 상태다.

 또 암치료를 위해 인체내에 컴퓨터를 내장시키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중이다. 인간인 의사보다 더 정확하게 질병을 진단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좀더 신속하게 약물 처방을 내리는 생물컴퓨터들이 의학계에 크게 공헌할 날도 멀지 않았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