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에 자리잡은 시그마컴(대표 주광현)은 그래픽 카드분야의 신생업체다. 지난해 9월 설립됐으니 이제 겨우 한 살도 안된 셈이다.
하지만 조직원들의 구성을 살펴보면 시그마컴은 결코 신생업체가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시그마컴을 이끌고 있는 주광현 사장(39)을 비롯, 대다수 직원이 국내 그래픽 카드 업계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가산전자 출신들이다. 가산전자에서 VGA카드와 가상현실, DVD 등 핵심 개발분야를 총괄하는 하드웨어 연구소장이던 주 사장이 함께 고락을 나누던 주요 개발자들과 만든 회사가 시그마컴이다.
『시그마컴에는 말단사원이 없습니다. 23명의 직원 중 대리와 과장이 17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요. 영업직원보다는 개발직원이 훨씬 많다는 것도 시그마컴의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총 식구의 60% 이상이 개발자고 앞으로도 계속 이 비율을 유지할 계획입니다.』
시그마컴 주광현 사장은 소수 정예부대로 엘리트 인력을 운영하면서 그래픽 카드 분야에서 대만산을 제친 벤처기업이란 이름을 남기고 싶다고 자신감을 피력한다.
소수지만 엘리트 인력의 운영 덕택으로 시그마컴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창업 1년도 안돼 벌써 흑자로 돌아섰고, 지난 6월 매출액이 12억원에 이를 정도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총매출액을 150억원으로 잡고 있어 VGA업계 2위 자리에 올라설 것으로 보고 있다. 목표를 달성할 경우 1인당 매출액은 5억원으로 그야말로 건실한 기업이 되는 것이다.
이 추세대로 발전한다면 내년에는 300억원 매출까지 가능할 것으로 주 사장은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성공에는 타사와 차별화된 고급 제품 전략이 주효했다.
시그마컴이 처음 시장에 출시했던 제품은 S3사의 새비지 3 그래픽 칩세트와 브룩트리사의 BT848 TV 칩세트를 탑재한 TV 통합카드였다. 이 제품은 가산전자의 전통적인 TV통합카드의 명맥을 잇는 제품으로 평가받아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이러한 호평에 힘입어 새비지 3 그래픽 카드와 TV 카드 등을 보급형 가격으로 잇따라 내놓아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최근에는 유통시장에서 엔비디어사 TNT 칩을 장착한 제품이 국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점을 감안, TNT 반타 칩세트를 이용한 시그마 반타 32MB 제품과 TNT2, TNT2 울트라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등 본격적인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OEM에서는 부두 밴시칩을 채용한 시그마 밴시 3D 제품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현재는 OEM과 유통시장의 비중이 50 대 50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편이다.
이러한 시그마컴의 성공에 힘입어 최근에는 투자제의가 밀려오고 있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달 중으로 창투사를 중심으로 투자 유치가 이뤄질 예정이어서 자본금이 현재 4억7500만원에서 18억원대로 크게 확충될 예정입니다. 이렇게 모은 자금을 이용해 기존 그래픽 카드 분야의 축적된 기술을 새로운 분야에 응용할 수 있도록 신규개발에 나설 계획입니다.』
주 사장은 이렇게 유입된 새로운 자금을 기반으로 신규개발과 연구개발 장비 도입에 투자하고, 3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는 내년 여름경 코스닥에 상장해 본격적인 벤처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밝혔다.
시그마컴이 다음 세대로 노리고 있는 시장은 HDTV 수신 카드와 이동통신 분야.
이미 미국 등에서는 상용화 단계에 들어서고 있는 고화질 디지털 TV인 HDTV를 PC에서 수신할 수 있도록 하는 HDTV 카드를 개발해 수출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동통신에 그래픽 카드 기술을 접목시키는 것도 주 관심사다. IMT2000 등 차세대 이동통신에 그래픽 카드 기술이 접목될 수 있다는 것이 시그마컴의 전략이다.
아직까지 부드러운 화면의 컬러 동영상을 전송하기에는 많은 난점이 존재하지만 최소한 현재의 망과 기술 수준만으로 그래픽 이미지를 전송하기에는 충분하기 때문에 이를 스마트폰이나 휴대폰 등을 이용해 디스플레이하는 기술도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구정회기자 jhk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