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많은 화제를 남겼던 마이크로소프트(MS)의 김재민 사장이 전격 경질됨에 따라 MS의 행보에 대한 소프트웨어(SW)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김재민 사장의 사표 수리는 97년 김 사장 취임 이후 추진됐던 MS의 마케팅정책이 제대로 성과를 올리지 못한 것에 대한 일종의 문책 성격이 강하며 이에 따라 신임 사장이 취임하면 MS가 새로운 개념의 마케팅전략을 구사해 국내시장을 공략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 사장은 지난해 한글과컴퓨터 사태와 관련해 국민들로부터 반MS 감정을 확산시켜 MS의 이미지에 흠집을 남겼으며 올해는 윈도98 가격과 관련한 용산전자상가 조립상들과의 마찰, 공정거래위원회의 덤핑조사 등으로 입지가 좁아졌다. 게다가 사업부문에서도 로터스의 공세에 밀려 영업실적이 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김재민 사장의 경질은 MS의 2000년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7월에 단행된 것이어서 새로운 각오로 국내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미국 MS 본사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특히 미국 본사는 우리나라의 시장잠재력을 인정해 최근 전세계 국가들을 대상으로 자사 제품을 현지화하는 등급분류 기준에서 우리나라를 프랑스·독일·일본 등과 같은 수준인 「퍼스트 티어」로 끌어올렸으며 국내 SW 개발업체들과 제휴를 체결하는 솔루션 협력업체 확대에도 커다란 관심을 보여왔다.
그러나 MS측은 김재민 사장의 퇴임이 경질성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MS의 한 관계자는 『비록 김재민 사장의 정책 가운데 일부가 실패하기도 했지만 김 사장 취임 이후 사업실적이 호전됐으며 미국 본사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어서 경질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영업 측면에서도 김재민 사장은 최근 MS와 원자력연구소 간에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을 위한 단체계약을 성사시키는 등 공헌을 했다』고 밝혔다. 원자력연구소 계약건의 경우 공공기관에서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을 확산시키는 계기를 만들었기 때문에 미국 본사에서도 이같은 공로를 인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MS 본사의 스티브 발머 사장은 최근 아시아지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대표적인 마케팅 실패국가」로 한국을 꼽을 정도로 한국지사의 사업에 대해 불만을 보였으며 7월을 맞아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분위기를 고쳐 새롭게 한국시장에 접근하기 위해 김재민 사장을 경질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 선임될 MS 사장에는 사교범위의 폭이 넓고 대인관계가 원만한 사람이 취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MS는 신임 사장을 내부에서 승진시킬지, 아니면 외부인사를 영입할지 결정하지 못했지만 국내 컴퓨터 및 정보기술(IT) 업계를 이끌어갈 수 있는 「적절한 그릇」을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윤휘종기자 hjy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