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네트워크 산업의 미래

이관수 한국네트워크연구조합 이사장

 네트워크산업은 21세기를 앞두고 인터넷을 중심으로 급속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인터넷 이용자 수는 해마다 큰 폭의 신장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를 수용할 수 있는 고속 인터넷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 해외에서는 이미 수백 기가급 라우터가 상용화했으며 테라급 라우터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트래픽의 증가에 따라 통신사업자들은 대용량의 기간망(Backbone)을 구축하지 않으면 안된다. 트래픽 증가율이 매년 15% 계속된다고 하더라도 2007년까지는 페타비트(Petabit· 1000조)대역이 필요하게 된다.

 21세기 정보사회에 대비해 세계는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네트워크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세계의 네트워크 시장은 매년 15% 안팎의 고성장을 계속하고 있으며 국내 시장은 IMF 경제상황으로 일시적으로 낮아졌으나 향후 20% 이상의 고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네트워크 장비의 시장점유율을 보면 80% 이상이 외산 제품의 독무대로 방치되어 왔으며 이는 급성장하는 시장에서 자체 개발보다는 외산 벤더로서의 판매에 열을 올린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연구개발에 집중투자한 몇몇 대기업과 수많은 벤처기업의 노력으로 중소형 장비 분야에서는 기술수준이 선진국에 근접하고 있어 장래가 어둡지만은 않다. 또 일부 업체들은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올리는 등 수출효자 품목으로서의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대용량의 기간망과 관련된 제품은 기술과 엄청난 투자비, 인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접근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러한 백본제품은 산업의 구조를 변화시키고 사회시스템, 더 나아가 개개인의 생활까지도 변화시키기 때문에 개별기업 차원이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 정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인터넷 트래픽이 급증하는 차세대에는 ATM과 라우터 기술을 동시에 보유한 기업이 세계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IP 중심의 차세대 네트워크에 대응할 수 있는 핵심기술 확보가 시급하며, 해외의 기술 종속에서 탈피하여 국내 장비로 국가기간망을 구축해야 한다. 핵심기술의 확보를 위해서는 정부의 신속하고 대대적인 지원과 투자 그리고 산·학·연의 두뇌를 모두 합쳐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만 가능할 것이다. 또한 단기간의 상품화를 위해서 해외 선진기술의 아웃소싱이 필요하다. 아웃소싱은 우리의 현 기술수준을 단기간에 올릴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세계 굴지의 기업인 루슨트가 최근 어센드와 테라비트 라우터를 개발한 전문 벤처기업인 넥사비트를 9억 달러에 인수한 것과, 노텔의 베이네트웍스 인수, 알카텔의 자일랜 인수 등은 음성통신 장비업체와 네트워크 장비업체간의 인수합병으로 향후 음성과 데이터의 통합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도의 전략임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되며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심도있게 분석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80년대 TDX의 성공과 90년대 CDMA를 국책과제로 선정, 사업화에 성공해 우리나라를 정보통신 인프라 및 산업에서 세계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은 소중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차세대 네트워크의 인력기반을 확보하여 새로운 연구개발전략으로 산·학·연·관이 긴밀한 협조체계를 마련하고 국가적 역량을 결집한다면 국내 네트워크산업의 미래가 결코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