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전자 정보통신산업 `99 하반기 기상도 (6)

영상산업

 영상업계가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실물경기의 회복세가 점차 영상업계에도 미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사들의 광고판매율은 이미 상승세에 접어 들었으며 이같은 여세에 힘입은 방송 장비업계의 움직임은 숨가쁠 정도다. 본격적인 호황국면으로의 진입을 기대하고 있는 게임업계도 전국의 PC게임방들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 줄 것을 잔뜩 고대하고 있다. 프로테이프업계와 영화, 음반업계는 지속되는 침체로 민간연구기관들의 올해의 경기성장률 예측 발표조차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판매양극화 현상이 전반적인 시장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경기회복세가 실물로 이어지면 수요 또한 IMF수준 이전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영상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 프로테이프

 올 상반기 프로테이프 시장은 정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판매양극화 현상도 극에 달했다. 이같은 추세가 계속 이어지면 하반기도 기대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상반기 판매량은 IMF한파가 극심했던 작년 상반기보다도 7%나 줄어든 348만여개에 불과했다. 중급작들이 거의 판매되지 않아 수익률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게 제작사들의 주장이다.

 그렇다고 하반기에 호재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실물경기가 전반적으로 살아나고 있고 화제의 영화비디오들도 적지않게 대기하고 있다. 3등급에 의한 현행 가격 판매체계가 「가격 가이드라인」으로 바뀔 조짐을 보이는 것도 호재다. 판매량은 줄더라도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요인들이 잠재해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 고삐를 잔뜩 당기면 IMF수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일부에서는 피력하고 있다. 업계는 7∼8월의 여름고비를 잘 넘기면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영화.애니메이션

 「쉬리 돌풍」과 「스크린쿼터 축소논란 파문」을 겪은 영화계는 참담하다. 올해 약 40여편의 우리영화가 제작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기업들이 대거 철수한 상황에서 예전같은 활황세는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그나마 「제2의 쉬리」를 꿈꾸는 「유령」 「러브」 「인터뷰」 등 몇몇 기대작들이 추석연휴를 전후로 개봉, 비교적 고른 관객을 동원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스크린쿼터 축소 문제는 하반기에도 계속 이슈화할 전망이다. 정부는 일단 2002년까지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다짐하고 있으나, 업계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 속도를 높이겠다는 정부의 방침도 관심거리다. 이미 「가케무샤」 등 일본 화제영화들이 흥행에 실패, 개방범위를 확대해도 무방하지 않느냐는 일부의 여론도 있지만 급진적인 개방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애니메이션산업은 한마디로 창작 열풍의 도가니였다. 그동안 하청작업 위주였던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정부의 「지상파TV 만화영화 쿼터제」와 「애니메이션산업 육성책」 등으로 힘을 얻고 있다.

 여기에 최근 금융자본을 중심으로 형성된 벤처캐피털·창업투자회사 등이 애니메이션분야에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사전제작비를 확보하려는 업체들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서울영상벤처사업단·미로비젼·유네클럽 등 애니메이션분야 전문 투자·배급회사들이 점차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음반

 

음반시장은 하반기에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국내 음반시장이 IMF이후 최저 성장세를 보인 지난 98년 상반기의 60%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데다 상위 30위권내의 앨범 총 판매량이 800만장에도 못미치는 판매부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규모도 음반 평균 판매가격 6000원을 기준으로 할 때 올 상반기 약 480억원대에 머문 것으로 추산되는 데, 이는 작년 상반기 740여억원보다 훨씬 줄어든 수치다.

 음반업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부진의 원인을 「편집앨범의 급증에 따른 독집앨범의 판매 위축」과 「MP3 등 디지털 음악시장의 성장으로 인한 기존 음반시장의 잠식」 등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음반업체들이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저작인접권 보호 및 음원사용료 징수문제가 하반기에는 더욱 큰 이슈로 부각할 전망이며, 개별 음반업체들도 전체 수익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디지털 시장 참여에 눈독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하반기 음반시장의 가장 큰 관심거리는 최근 저작권법 개정 및 집중관리단체 지정을 추진하고 있는 문화관광부가 어떤 단체에 권리를 부여하느냐 하는 점이다.

* 게임

 올 상반기 70% 이상의 성장을 기록했던 PC게임시장은 하반기에도 호황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외산대작들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국산 게임업체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게임시장 매출신장에 기폭제 역할을 했던 PC게임방은 현재 7000여개에 달하며, 당분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여 게임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올 하반기에도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대작이 등장할 것인가다. EA가 8월 출시할 「C&C2­타이베리안선」, 블리자드사의 「디아블로2」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는 있다.

 상반기와 같은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연말 PC게임시장은 지난해보다 60% 이상 증가한 500억원대 규모로 팽창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상반기 PC게임방 특수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던 온라인게임 시장은 이변이 없는 한 계속 성장가도를 달려 올해 시장은 최소한 작년의 2배인 1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넥슨과 엔씨소프트 등 선발 두 업체가 쌍두체제를 더욱 확고히 하고, 후발업체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형세를 띨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에 23억원 가량을 벌어들인 넥슨은 하반기에는 「일랜시아」의 상용화로 선두를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반기에 13억원의 매출을 올린 엔씨소프트도 「리니지」를 서비스하는 PC게임방과 PC통신사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여 하반기에는 20억원 이상의 관련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제품의 반입이 크게 줄어 국산제품의 약진이 두드러졌던 업소용 게임시장은 올 하반기에도 소강국면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컴퓨터게임장(전자오락실)의 주고객이던 청소년 층이 게임방으로 대거 빠져나간 데다, 성인들을 끌 수 있는 사행성 게임들은 「종합게임장」에서만 이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종합게임장으로 간주되는 전용면적 150평 이상의 게임장은 전국적으로 500여곳에 불과, 당분간 업소용게임 시장으로 이용자를 불러오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PC 및 온라인 게임시장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이 시장이 국내 전체 게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도 채 안돼 올 국내게임시장 규모는 작년 수준인 5500억∼6000억원대(게임방 및 컴퓨터 게임장 이용매출 제외)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 방송

 지상파·지역 민방·케이블TV 방송사들이 IMF의 충격에서 서서히 빠져 나오고 있다. 지난해 50%선까지 광고판매율이 하락했던 지상파 방송사들의 광고판매율이 올상반기 중 70∼90%선까지 회복됐으며 지역 민방의 경우도 인천방송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광고판매율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올상반기에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디지털 실험 방송을 본격 개시해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는데, 오는 10월부터는 중앙의 지상파 방송사들이 모두 디지털 실험방송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실험 방송의 실시는 앞으로 국내 방송 환경을 획기적으로 전환시킨다는 점에서 지상파 방송사들이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사안이다.

 다채널 매체인 케이블TV는 IMF로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으나 올 상반기 실시한 할인행사 덕분에 가입자가 90만명선까지 증가, 모처럼 활기를 되찾고 있다. 특히 SO들의 경영상태가 눈에 띄게 호전되고 있다. 지난해 흑자로 전환한 SO가 10여개를 넘었으며, 올해도 이같은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함께 방송계의 서자 취급을 받았던 중계유선사업자들도 복수SO 체제에 대비해 케이블 SO를 인수하는 등 움직임을 보여 방송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하반기에도 대형 중계유선 사업자들의 약진이 예상된다.

 그러나 올상반기 국내 방송계는 통합 방송법의 지연으로 새로운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했고 특히 위성방송을 준비중인 업체들은 방송법의 지연으로 결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하반기에 과연 방송법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 방송계의 최대 관건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방송법이 통과돼야만 새로운 방송 체제에 맞게 방송사나 방송규제기구의 위상이 재정비될 것이기 때문이다.

* 방송장비

 IMF한파로 적신호가 켜졌던 국내 방송장비업체들의 경우는 작년 말을 기점으로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기 시작, 상반기를 지나면서 급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그간 국내 방송장비 시장은 관공서·학교를 중심으로 간간이 매출이 일어나기 시작했으나 최근에는 방송국에서의 수요도 만만치않아 위축됐던 내수시장이 상당한 회복세로 돌아섰으며 하반기에는 이같은 추세가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업계는 진단하고 있다. 한마디로 국내 방송장비시장의 기상도는 작년 말 바닥을 친 뒤 올 봄부터 경기회복세가 완연하더니 상반기를 지나면서는 후끈 달아오르고 있는 형국이다.

 소니인터내셔널코리아는 1·4분기 15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2·4분기에는 무려 6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하반기에는 이보다 많은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일본 파나소닉사의 국내 디스트리뷰터인 대흥멀티미디어통신은 올 상반기 65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동기 대비 40% 이상 늘어났으며, 동서전자는 작년 상반기보다 2배 증가한 20억원, 콴텔코리아도 4배 증가한 40억원, 산암텍 역시 2배 증가한 4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방송장비 업계 전반에 걸쳐 매출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업계는 상반기의 이같은 시장회복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며, 내년 디지털 방송이 수도권 등 일부지역에서 개시될 경우 앞으로 줄잡아 10년은 장비시장 특수가 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지난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때 대거 들여온 방송장비의 내구연한이 사실상 작년이었으나 IMF한파로 거의 교체하지 못한 것도 장비업체들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상정보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