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특강> 인터넷 발전전망과 대응전략

김영환

◇81년 경북대 전자공학과 졸업 (전자계산)

◇83년 한국과학기술원 전산학 석사 (시스템SW)

◇90년 한국과학기술원 전산학 박사 (인공지능)

◇83∼99년 6월 한국통신 멀티미디어연구소 인터넷연구팀장(책임연구원)

◇현재 한국통신 마케팅본부 인터넷상품팀장, 한국정보과학회 평의원·학회지 편집위원·연구회 운영위원, 한국통신학회 멀티미디어연구회 운영위원장, 한국정보처리학회 논문지 편집위원

 인터넷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고 있다. 기존 전화사업 위주의 통신사업 판도를 멀티미디어 데이터서비스 위주의 정보통신사업으로 재편을 급속도로 진행시키고 있으며 사람들의 생활방식까지도 변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은 전화를 중심으로 한 통신기술의 관점에서 볼 때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이 차세대 정보통신망으로 입지를 굳히고 현재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이 하나씩 해결되면서 정보통신의 혁명을 이끄는 견인차가 될 것이 분명하다.

 현재 인터넷의 문제점은 첫째, 전송속도가 낮고 기간망보다는 가입자망 쪽의 문제가 크다. 기간망의 경우 국내는 45Mbps급의 망을 갖추고 있으며 이미 155Mbps급의 망으로 이전중에 있다. 기간망의 고속화를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인터넷Ⅱ와 같은 초고속 인터넷 연구망의 경우에 현재 622Mbps급, 2000년대에는 기가비트급의 망구축 계획을 진행시키면서 기간망 고속화 기술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한국통신 등을 비롯한 국내 연구진들도 APAN(Asia Pacific Advanced Network) 활동을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기술개발을 진행중에 있다.

 가정용 일반 이용자 가입자망의 경우 현재 대부분이 공중전화망(PSTN)을 통해 28.8Kbps 모뎀으로 접속하고 있으며 56Kbps 모뎀으로 옮겨가고 있는 과정중에 있어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수신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의 해결을 위해 ISDN,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케이블모뎀, 무선가입자망, 광가입자망 등의 다양한 대안이 제시되고 있는 상태다.

 둘째, 인터넷은 멀티미디어 처리기능이 미약하다. 물론 웹기술이 탄생하기 전의 텍스트 위주의 데이터처리 시대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을 했지만 아직까지 다양한 미디어 데이터가 시간적·공간적으로 상호 연결돼 자연스러운 정보를 전달하는 멀티미디어 처리 수준에는 미약한 실정이다. 그러나 PC나 서버 등의 HW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멀티미디어 데이터들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코딩기술(MPEG·JPEG·MHEG·H.323)들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내용기반 정보검색·자바(JAVA)기술/액티브X기술, CORBA와 같은 미들웨어기술, 멀티미디어 DBMS기술, 음성인식/문자인식기술, 에이전트기술, VR기술, 멀티캐스팅기술 등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조만간 진정한 의미의 멀티미디어 처리기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취약한 보안기능도 문제다. 기업들이 인터넷을 통해 업무를 수행하고 일반 사용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보 보안에 대한 보장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전자상거래(EC) 활성화는 보안기능 강화가 관건이다. 취약한 보안기능의 강화를 위한 기술개발은 크게 암호화기술, 인증기술, 전자화폐기술, 지불기술, 침입방지차단기술, 해킹방지기술, 보안결함탐지기술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EC에 필수적인 암호·인증·전자화폐·지불기술 등은 상용화 수준으로 발전되고 있으나 현실 세계에 적용하기 위한 제도나 법률제정 등이 시급한 실정이다. 방화벽을 중심으로 한 침입차단기술 등도 상용화 제품들로 속속 개발되고 있다.

 넷째, QoS(Quality of Service)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도 인터넷의 문제다. 기존 음성위주의 통신에서는 QoS의 보장이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였다. 하지만 인터넷은 인터넷 본래의 자발적·시장중심적·분산적·개방적인 특성으로 인해 QoS에 대한 보장이 상당히 취약한 서비스다. 이의 개선을 위한 노력으로는 실시간 전송을 위한 RTP(Real time Transport Protocol), 자원예약을 위한 RSVP(Resource reSerVation Protocol)와 같은 실시간 보장형 서비스를 지원하는 새로운 프로토콜에 대한 연구를 들 수 있다. 그 외에 라우터 전문회사들을 중심으로 하는 라우터 성능의 개발, 기가비트 이더넷과 같은 새로운 네트워크기술의 개발 그리고 망운영 관리기술의 개발 등이 여러 연구소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다섯째, 규모(Scalability)의 벽을 뛰어넘는 문제가 중요하다. 인터넷 사용은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100의 규모에서 200의 규모로 증가하는 경우에는 기술의 연속성을 통해 해결이 가능하지만 1000의 규모, 1만의 규모로 증가하는 경우에는 예상치 못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현재의 인터넷은 바로 이같은 규모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와 관련된 예로 IP주소와 도메인네임 문제를 들 수 있다. 인터넷에 연결된 모든 컴퓨터는 고유의 IP주소와 도메인네임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현재 인터넷의 IP주소는 32비트 주소체계(IPv4)를 지니고 있다. 앞으로 인터넷에 접속되는 컴퓨터의 수가 급속도로 늘어날 뿐 아니라 멀지 않은 장래에 휴대폰을 비롯한 휴대단말기, 가전제품, 심지어는 사람들이 지니고 다니는 시계까지도 인터넷에 연결될 때 IP주소 자원의 고갈은 심각한 문제가 된다.

 EC가 활성화되고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웹을 기본으로 변모하게 되면 도메인네임의 수요도 급증할 것이다. 국내만 보더라도 최근 인터넷의 활성화와 더불어 각 시·도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초·중·고등학교의 도메인네임, 심지어 각 개인의 도메인네임에 대한 요구가 급증하고 있으며 「1기관 1도메인네임」의 원칙을 완화하자는 여론에 부딪쳐 이에 대한 해결책을 인터넷협회(KRIA)를 중심으로 강구중에 있다. 이러한 문제는 규모의 문제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것이지만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 이의 해결책으로 128비트로 확장된 주소체계(IPv6)가 제안됐고 이같은 이행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들 수 있는 것은 인터넷의 자치성(Internet Governance) 문제다. 기존 통신사업은 국가별로 해당사업자가 있어 통신망과 서비스를 관리하고 운영해 왔으며 기술적인 문제와 상호연동 문제 등을 CCITT나 ITU­T와 같은 표준화 단체를 통해 통제관리해왔다. 물론 최근에 와서는 정부 독점에서 벗어난 민영화와 경쟁의 구도로 급진전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인터넷은 그 특성으로 인해 특정사업자나 기관이 이를 관장하고 운영해 온 것이 아니라 인터넷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해 발전되어 왔다. 이러한 인터넷의 자치성은 최근 인터넷의 상업화와 국제화가 급격히 진전되면서 IP주소와 도메인네임 등이 중요한 지적재산권으로 자리잡게 되고 인터넷에서의 자원 확보와 정책결정에 대한 이니셔티브가 국가 경쟁력과 연결되는 것으로 인해 심각한 위기를 맞게됐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5월 인터넷의 도메인네임과 주소에 관한 운영원칙을 천명한 화이트페이퍼를 발표했다. 화이트페이퍼에서 밝힌 원칙은 그 동안 ISOC(Internet SOCiety)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아 인터넷 프로토콜 파라미터들의 사용에 관한 결정과 조정을 담당해 오던 IANA(Internet Assigned Numbers Authority)를 대신할 새로운 조직을 결성하고 이 운영에 미국정부는 간여하지 않고 완전히 민간단체로 위임, 인터넷에 관련된 모든 이익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게 하여 투명하고 공개된 운영을 한다는 것이다. 이 화이트페이퍼 발표 이후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현재 새로운 기구인 ICANN(Internet Cooperation of Assigned Names and Numbers)이 모습을 갖추게 됐다. 국내에서도 이같은 새로운 인터넷 자치체제에서 국내의 이익을 대변하고 국제적인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한국인터넷협의회(KRIA)를 중심으로 노력한 결과 KRIA내 NNC(Number & Name Committee) 및 기술위원회를 한국전산원이 운영하던 KRNIC와 통합, 새로운 기구인 한국인터넷운영센터를 설립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통신사업자·정부·학술단체·ISP·네티즌들은 정확히 이해하고 이에 대한 대비와 각자의 이익 대변과 확보에 신경써야 할 것이다.

 향후 정보통신의 인프라는 IP네트워크로 결정될 것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측하고 있다. IP네트워크도 IBM PC처럼 인터넷이 가진 자율성·창의성·공개성의 특징으로 인해 현재는 비록 QoS를 비롯한 여러 가지 면에서 문제 투성이지만 결국 이러한 문제점들이 해결돼 명실상부한 광대역 네트워크의 기본으로 자리잡을 것이며 특히 WDM기술이 이의 실현을 앞당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음으로 주목할 만한 것은 가입자망에 대한 예측이다. 지금까지 주된 가입자망은 PSTN과 전용망이었지만 향후 이 분야의 대안으로 크게 ADSL·케이블모뎀·무선 등 세가지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물론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이 구축한다고 가정한다면 가장 효율적인 것은 무선이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기존의 시설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는 기존 통신사업자는 ADSL을, 케이블TV사업자는 케이블모뎀을, 무선사업자는 무선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ADSL이냐, 케이블모뎀이냐」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고 있고 경쟁 또한 치열하다. 미국 내에서는 케이블TV 쪽이 대세를 잡아가는 추세인 것 같다. 케이블TV 쪽이 훨씬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향후 IP네트워크에 대한 전망을 더 밝게 보면서 보다 공격적인 입장에 있는 것 같다. 국내에서도 케이블TV사업자들이 통신사업자보다 훨씬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넷은 기존 산업화시대의 질서와 법칙을 거부하면서 투명성과 공개성 그리고 시장원리와 창의성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인터넷으로 대별되는 정보 분야와 전화로 대별되는 통신 분야는 전통적으로 아주 상반된 문화를 지니고 있다. 통신 분야는 계획 및 통제를 중심으로 한 보수적인 공급자 위주의 문화를 지니고 있다. 이 분야에서는 그 동안 망이 지능을 지니도록 복잡한 기능을 부여하고 단말은 단순한 기능만 가지는 개념으로 발전돼왔다. 반면 정보 분야는 자유와 경쟁을 중심으로 한 사용자 위주의 자유분방한 문화를 지니고 있다. 이 분야에서는 망은 단순한 반면 단말은 복잡한 기능을 지녀 지능화되도록 발전돼왔다. 이같이 이 두 분야의 문화는 아주 대조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향후 새롭게 전개되는 인터넷시대에서 살아남아 세계적으로 경쟁력있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인터넷 문화를 이해하고 이에 적합한 우리 고유의 문화와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