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전자가(대표 양재열)독자경영을 위한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이번에 단행된 조직 및 임원인사는 본사를 구미로 이전하는 것을 포함해 전 임원의 절반 이상을 감축하는 등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그만큼 독자생존을 위한 길이 험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대우전자 임직원들은 이번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가 마지막이 아닌 첫 시작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임원의 수가 절반 이상 줄어들고 조직이 근본부터 개편된 상황에서 이제는 임원 이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인원감축이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사를 앞두고 임원의 50%가 축소될 것이라는 소문이 사실로 나타난 만큼 직원 수 30% 감축이라는 소문도 기정사실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이번 임원인사를 통해 더욱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특히 외자유치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우전자로서는 과거 방만했던 조직의 틀을 근본부터 바꿔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는 강도높은 처방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임직원 모두 공감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 조직개편 내용을 살펴보면 구미를 본거지로 한 영상 사업부문, 광주를 기반으로 한 가전 사업부문, 서울이나 군포 등 어느 한 곳을 거점으로 삼게 될 멀티미디어 사업부문 등 3개의 사업본부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냉장고를 생산하고 있는 인천공장은 가전부문 산하 냉장고 사업부에 편입되게 된다.
특히 각 사업부문을 각각 회사의 기능을 갖춘 「회사 속의 회사(Company in Company)」의 형태로 운영한다는 방침에 따라 대우전자는 당분간 영상사업부문은 양 사장, 가전부문은 장기형 부사장, 멀티미디어사업부문은 유시룡 전무 등 3명의 사업부문장이 책임 지는 트로이카 체제로 이끌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영상사업부문에는 TV·VCR·모니터·오디오· ME(Mobile Entertainment)사업부·구매담당 등으로 구성되며 가전부문 산하에는 냉장고·세탁기·전자레인지·에어컨·크리너·가스보일러·쇼케이스사업부와 각 사업부를 전체적으로 관장할 가전부문 관리담당 등이 속하게 된다.
또한 멀티미디어 부문에는 디지털 사업부와 TMA·반도체·정밀부품 사업부·정보통신연구소 등이 편입돼 독자적인 사업을 꾸려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주목되는 부문은 그동안 각 사업부가 관장했던 해외사업부문이 사장 직속으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우전자는 해외사업부문을 지역별로 유럽사업단·CIS사업단·중남미사업단·중동사업단 등 4개의 사업단으로 재구성하고 해외 마케팅 담당을 신설, 사장이 전체적으로 총괄할 수 있도록 했다.
전사적인 틀을 바꾼 조직개편의 폭 만큼 인사 또한 파격적이다.
이번 인사로 상담역 등 계약직이나 물러난 임원은 부사장과 전무 각 1명씩을 포함해 상무급 8명, 이사급(이사부장 포함) 22명 등 전체 78명 중 32명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다. 한편 관련업계에서는 이같은 대우전자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외자유치 현실화에 따른 것 아니냐는 데 주목하고 있다.
32억 달러라는 외자가 유입되면 투자자들로서는 여기에 상응하는 요구를 할 것이 분명하며 이번 조직 및 인사는 이같은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대우전자라는 하나의 회사를 회사 속의 회사로 분할해 3개의 회사체제로 운영하는 것도 앞으로 외자유치 이후를 생각하는 포석이라는 주장이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한 대우전자가 자기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딛고 다시 세계 속의 기업으로 비상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