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출자형 "공적벤처펀드" 조성 급하다

국회의원 정동영 의원

 60년대 말만 해도 이스라엘은 국민총생산의 70%가 농업생산물일 정도로 1차 생산품 일색이었다. 그러나 96년에는 첨단기술 분야의 수출액이 40억 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31%에 달했다. 첨단기술 분야 중에서도 특히 반도체 칩 디자인, 데이터 네트워킹, 디지털 컬러 프린팅 기술, 무선통신 분야의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에 힘입어 97년 말 현재 첨단기술 분야에 활동중인 업체 가운데 80여 업체가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돼 있다. 미국 증시에 상장시킨 업체수로는 캐나다에 이어 2위로 꼽히고 있지만 캐나다가 사실상 미국 경제권에 속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가장 많은 기업을 상장시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스라엘이 벤처기업의 토양을 갖추고 세계 최고의 기술수준을 보유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공적 벤처캐피털 펀드, 이른바 「요즈마 펀드(Yozma Fund:영어의 Initiative라는 의미)」의 존재다.

 요즈마 펀드는 정부자금과 외국자본의 혼합형태로 유로펀드·메디카펀드·다임러벤츠 등이 참여해 만들어졌다. 초기 1억 달러의 자본금으로 출발한 이래 93년과 94년에 걸쳐 2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9개의 파생펀드가 결성됐다. 요즈마 펀드를 계기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해 이스라엘 벤처기업의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왔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99년 벤처기업 관련예산은 1조원(IBRD·중소기업진흥공단 채권발행재원 등 포함)이 넘는다. 하지만 벤처기업에 대한 예산의 집행형태를 보면 융자와 출연이 거의 전부인 반면 출자형태의 공적 벤처펀드는 2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벤처기업 본연의 속성을 감안한다면 창업자금 지원은 융자나 출연형태보다는 출자형태가 적당하다. 창업초기의 간접금융은 부채비율을 높이고 사업실패의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융자나 출연에 의한 벤처기업 투자의 문제점이 인식되면서 최근 출자형태의 공공펀드가 조성되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지난해 9월 정부자금 45억원과 LG창업투자 55억원의 매칭펀드 형식으로 100억원 규모의 정보통신전문투자조합 1호를 결성한 바 있다. 올 들어서도 정부와 민간이 500억원씩 총 1000억원의 투자재원을 조성해 투자조합 결성을 계획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청은 올해 1000억원 규모의 코리아벤처펀드를 설립할 계획이다. 코리아벤처펀드는 정부재정 50%와 외국인 투자자 50%의 출자로 이루어지며 외국인 투자회사에 위탁·운영할 예정이다. 과학기술부도 지난해 11월 310억원 규모의 신기술사업투자조합(MOST 1호)을 결성한 데 이어 올 5월에도 MOST 2호(430억원 규모)를 만들었다.

 벤처기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공적 벤처펀드 조성정책은 기존의 융자나 출연형태에 비해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벤처기업 정책이 시작된 지 불과 몇 년에 지나지 않은 것처럼 출자형태의 공적 벤처펀드 조성정책도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하다. 따라서 정책의 초점은 벤처기업의 성장을 위한 인프라 조성에 두어야 하고 이러한 측면에서 공적 벤처펀드를 조성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렇지만 이 정책에는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적지 않은 규모의 재정자금이 투입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적 벤처펀드의 운영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더구나 올바른 정책이 지속되려면 실효를 거둘 수 있는 정책수단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에서 다음의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이스라엘의 요즈마 펀드와 같이 벤처캐피털회사들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파생펀드 구성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공적 벤처펀드는 벤처기업에 직접투자를 함으로써 벤처기업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 파생펀드를 구성해야 벤처산업의 전반적인 발전을 꾀할 수 있다.

 둘째, 공적 벤처펀드가 기존 민간펀드와 경쟁적인 관계가 아닌 선도적이고 보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민간 벤처펀드는 주로 성장단계의 벤처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에 집중하고 있어 실제 자금수요가 큰 창업 초기단계의 벤처기업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특히 창업 초기단계의 벤처기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에인절투자가 활발하지 못한 우리나라의 경우 초기단계의 자금지원이 매우 중요하다.

 셋째, 공적 벤처펀드의 운영주체인 민간부문의 도덕적 해이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비록 정부재정과 민간자금이 매칭펀드 형식으로 구성되지만 운영은 민간자율에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정부」 들어서 정보화촉진기금을 비롯한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재원들이 집행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야기시킨 사례가 있었다. 공적 벤처펀드 역시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에 대비한 적절한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벤처캐피털 회사의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인 벤처캐피털리스트 육성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벤처캐피털리스트는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의 파트너로서 성장과정에서 경영 전반에 대한 자문과 아이디어 네트워크 연결 등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대부분 금융 분야에 대한 지식은 해박한 반면 경영마인드는 상당히 부족한 실정이다.

 궁극적으로 벤처기업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적 벤처펀드가 우리나라 벤처캐피털 분야에 이러한 토양을 심어주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