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터 해외서도 출혈경쟁

 얼마전 인도네시아에 카오디오용 커넥터를 수출하고 있는 S사의 홍콩현지법인에 비상이 걸렸다.

 거래처에서 모 한국업체가 S사와 동일 제품을 1개당 4센트 인하된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것. S사는 결국 그 업체보다 1센트 낮은 가격으로 제품공급을 약속함으로써 거래처의 이탈을 막을 수 있었지만 최근들어 부쩍 늘어난 한국업체간의 가격경쟁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최근 동남아시장이 오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활기를 띠자 국내 커넥터업체들이 대거 이 시장에 몰려들고 있다. 그러나 신규로 진출한 국내업체들의 저가공세로 기존업체들의 수익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 시장확대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 지역 수출이 크게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핑퐁형」 저가경쟁으로 최근 제품가격이 올초에 비해 제품별로 1개당 10∼25% 이상 인하됐으며 그것은 결국 품질에 문제를 야기시킴으로써 모처럼 쌓아올린 한국제품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지역에서 국내업체끼리 저가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컴퓨터와 오디오 등 가전용 커넥터. 최근에는 MP3 플레이어 커넥터도 저가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성경의 김영철 사장은 『매년 동남아지역에 200만달러 이상 수출해 왔으며 올들어 이 지역 경기가 호전되면서 중국 현지공장을 추가로 설립하는 등 총력전을 펼쳐 왔는데 최근 이 지역에 후발로 진출한 국내업체들의 덤핑으로 수익률이 급격히 떨어져 채산성이 맞지 않아 수출선을 미국과 유럽으로 전환하고 있다』면서 『후발 수출업체들이 기존업체들의 거래처를 마케팅 대상으로 계속 삼는 한 동남아시장에서 국내업체끼리 저가경쟁은 계속될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내수중심의 사업을 해 온 커넥터업체들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한파에 따른 경기침체 때문.

 커넥터업체들은 IMF한파가 극에 달했던 지난해 하반기부터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됐으며 그 첫번째 대상지역으로 동남아국가를 정하면서 업체간 저가경쟁은 시작됐다.

 후발 수출업체들은 기존 업체들의 거래처와 공급가격을 파악한 후 기존업체보다 싼 가격대를 제시함으로써 시장질서를 흔들기 시작, 결국 채산성없는 수출가격을 자초하고 말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동남아시장에 뛰어든 업체는 줄잡아 20여개. 기존 수출업체까지 포함하면 30여개 업체가 동남아시장에서 가격경쟁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내수시장이 살아나면서 어려움을 겪어왔던 업체들의 경영정상화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면서 『내수시장의 회복이 저가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수출시장에서 더 이상의 출혈경쟁을 자제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양봉영기자 byyang@etnews.co.kr>